환율 문제에 침묵해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일본의 엔저(低)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박 당선인은 이날 두 협회 회장단과 잇따라 만나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환경이 매우 어렵다”며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일본 엔저 공세가 겹치면서 더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 기업이 손해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석 기업인들이 일본의 인위적 엔저 정책 등 각국의 고환율 정책이 수출기업들에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자 정부가 이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환율 불안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나빠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한 것으로 새 정부의 환율 정책 기조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또 중소기업의 3대 난제를 인력난, 기술난, 자금난으로 꼽고 “난관을 돌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해 “국내에서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더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 경영자 대표, 노동자 대표와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경총과 한국노총, 이 두 단체와 노동 문제를 협의하겠다”며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당선인은 “노와 사가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 원칙을 존중하겠다”며 “경우에 따라 양쪽 모두 양보하거나 희생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인 불법 투쟁,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 가도록 하겠다”며 “그래서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노사관계가 형성되도록, 그런 문화가 되도록 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제민주화 목표 아래서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