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 경쟁 업체인 LG전자는 0.92% 하락하며 대조를 보였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격차는 6개월 새 167조원에서 202조원으로 벌어졌다. 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사례처럼 업종 1위 업체와 2위 이하 업체 간 주가 격차가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엔 경쟁력을 갖춘 주력 제품이 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절감에 유리한 상위 기업과 하위 업체 간 실적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승자 독식’ 뚜렷해지는 증시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75% 오른 14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143만7000원)를 가뿐히 갈아치웠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3개월 전에 비해선 17.4%, 한 달 전보다는 7.8% 올랐다”고 말했다.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대장주’ 삼성전자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부쩍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지난 6월 말 18.16%에서 이날 20.77%로 뛰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34.7%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6.6%)을 압도했다.

반면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 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전자만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마의 7만원대’ 벽에 가로막혀 있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업황 개선 기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 9.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로 시장의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삼성전자 같은 1위 업체의 수익성은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전자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유료방송 가입자 기준 시장 1위 업체인 스카이라이프는 하반기 들어 70.7% 급등했다. 택배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CJ대한통운도 같은 기간 66.4% 상승했다.

○불황업종도 ‘잘나가는 종목만 잘나가’

이 같은 승자 독식 현상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업종 전체가 고전하는 불황업종에서도 나타난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화학제품 수요가 급감해 고전 중인 화학주 가운데선 LG화학이 홀로 독주하고 있다. LG화학은 하반기 들어 6.34% 오르며 시총 순위도 7위에서 6위로 뛰었다. 반면 호남석유(-12.05%) 케이피케미칼(-20.0%) 코오롱인더스트리(-15.67%) 등 대다수 종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화학산업 증설 경쟁으로 내년 아시아 지역 에틸렌 생산능력은 736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 증가는 497만t에 그칠 것”이라며 “하지만 3D 편광필름(FPR) 등 고수익성 제품 경쟁력을 갖춘 LG화학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주에선 삼성중공업의 선방이 두드러진다. 6월 이후 STX조선해양이 34.41% 떨어진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18.25%) 한진중공업(-11.35%) 대우조선해양(-8.4%) 등은 꽤 빠졌지만 삼성중공업은 수익성이 좋은 해양 플랜트 분야 경쟁력을 발판으로 위기를 넘고 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선산업은 글로벌 차원의 과잉 투자로 대재앙을 경험하고 있지만 해양 플랜트 분야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선두로 한 정보기술(IT)주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1.86포인트(0.61%) 오른 1947.04에 마감, 종가 기준으로 10월18일 1959.1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동욱/유승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