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경제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염과 중국 경기회복의 지연, 미국의 재정절벽 이슈 등에 따라 실물경제의 반영은 이제부터라는 비관론도 확대되고 있다. 그 어느때 보다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투자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이러한 불확실성 시대의 증시 향배와 핵심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낙관과 비관의 양극단을 오가는 '드라마'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모든 게 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나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지나친 우려에서 벗어나 정상화 과정에 적응해야 합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무엇보다 시장의 극단적인 심리 변화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불확실성, 주요국들의 정권 교체 등이 맞물리면서 심리적인 변수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내년에는 극단적 위험요인들이 줄어들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국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내년 증시 키워드 '글로벌 중성장·G2 중산층 확대·국내 중소기업 수혜'

용 센터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수습된 이후 새로운 국면은 '정상화' 또는 '중간 찾기'로 정의했다. 키워드는 중성장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3중(中)'을 제시했다.

그는 "흔히들 '저성장 시대'라고 말을 하지만 글로벌 성장률 3%대 중반은 역사적으로 평균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률도 7.5~8.0%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저성장이라기보다 실질적으로는 중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30년 동안을 보면 글로벌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는 각각 3.3%,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2(미국과 중국)의 '중산층' 확대 정책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은 정권 교체 시기 이후 정책 방향을 중산층의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용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정권은 민간 소비 증가와 부채 감소를 위해 중산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미국의 중간 소득계층이 확대되는 것은 고용과 주택, 소비 시장의 회복과도 의미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진핑 정부 역시 소비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의 확대 정책들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중소기업'의 지원 확대가 예상된다.

용 센터장은 "올해 정치권의 키워드였던 '경제민주화' 등을 고려하면 12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새 정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와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새 정권 초기에 정책 동력(모멘텀)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증시 2,3분기 조정 후 추세 상승…IT株, 삼성전자 말고도 선택지는 많아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정치·경제의 극단적인 위험요인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코스피 역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간 코스피 예상 범위는 1850~2300선이다.

용 센터장은 "올해와 비교해 내년에는 극단적인 위험요인(리스크)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라며 "올해는 정치, 경제적으로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범위 하단으로 제시한 1850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 수준인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PBR 1.0배 수준 아래로 하락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증시 흐름은 내년 1분기까지는 IT주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용 센터장은 "연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는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미국의 재정절벽 합의 진행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경기 개선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IT업종이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 초까지는 삼성전자보다도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다른 IT주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용 센터장의 조언이다.

그는 "소비 등 경기 개선 시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IT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펀더멘탈(기업 내재가치)이 양호하고 수급 상으로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종목들의 수익률이 우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내년 2,3분기에는 조정 국면을 거친 뒤 4분기부터 추세적인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용 센터장은 "2,3분기에는 독일의 신용등급 하향과 관련한 변수, 미국의 재정절벽 합의 이후 지출 감소에 따른 경제지표의 둔화 등이 증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조정 과정을 거친 뒤 4분기 이후에는 유럽의 경기 하강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분위기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