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장 초반 시가총액 1천500억원이 증발했다.

26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오전 10시 현재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됐던 38개 종목은 직전 거래일보다 평균 6.54% 하락했다.

특히 안랩과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 핵심 테마주로 꼽혔던 9개 종목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 1시간 만에 시가총액 1천500억원 사라져

안철수 테마주의 시가총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총 1조8천714억원이었던 것이 26일 장 시작 한 시간여만에 1조7천237억원으로 줄었다.

1천477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대표적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은 오전 10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14.96% 떨어진 3만5천250원에 거래됐다.

대선 판도에 따라 요동치던 안랩 주가는 올해 초 기록했던 15만9천900원(종가기준)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어가며 코스닥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던 안랩은 현재 시총 49위로(3천530억원) 밀려났다.

안랩 시총은 이날 10시까지 전 거래일 대비 621억원이 빠지며 변동폭이 가장 컸다.

다른 테마주인 써니전자와 미래산업, 우성사료, 솔고바이오, 다믈멀티미디어, 오픈베이스도 줄줄이 가격 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링네트(-10.12%), 매커스(-10.18%), 휴맥스홀딩스(-10.32%) 등은 10%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포뱅크와 대성엘텍, 아이크래프트, 투비소프트, 한창 등 일부 종목은 오히려 0.23∼4.96% 올랐다.

대체로 `문재인 테마주'로도 분류되거나 정책 테마주여서 충격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테마주 3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대선 테마주 열풍이 불어닥치기 직전인 작년 6월1일 종가 기준으로 1조2천571억원이었던 것이 최고 5조1천34억원까지 4배 이상으로 급등했었다.

이후 금융감독 당국의 테마주 규제 강화 등 대책이 잇따르면서 대부분의 테마주는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지만 여전히 50%가량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증권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안철수 테마주 추가하락 가능성 높아

문제는 앞으로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올랐던 안철수 테마주들의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감독 당국과 증권가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빨리 테마주에서 손을 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기대감만으로 움직였던 테마주가 폭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안철수 테마주의 주가 흐름은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우량기업인 안랩의 경우에도 "투기적 매매자가 많은 것이 디스카운트 요인이 돼 투자자들의 신뢰가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금이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위원도 "역대 대선에서의 경험상 대선 테마주는 지금이 막바지"라며 "신규투자 혹은 보유를 생각하는 사람은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안철수 총리설' 등이 나오면 어느 정도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어차피 투표일인 내달 19일 이후에는 테마 소멸로 폭락이 불가피한 만큼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능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낫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테마주 폭락하자 네티즌 `아우성'

이날 오전 10시 현재 포털 사이트의 안철수 테마주 관련 종목 토론실에는 개미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 토론방에만 장 시작 후 1시간 만에 3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토론방에는 "깡통을 찼다", "한강에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한다"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강에 간다'는 말은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의 자살을 뜻하는 은어다.

일부 네티즌은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이디 `mand***'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문제는 어디까지 추락할지 끝을 모른다는 것"이라며 "현재 3만원대인 주식이 내일은 2만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디 `tlsd***'는 "손실이 생기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박초롱 기자 hwangch@yna.co.kr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