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8시2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사퇴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강모씨(42)는 가슴이 덜컹했다.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히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 들어갔더니 ‘월요일이 두렵다’는 글만 가득했을 뿐,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강씨의 우려는 26일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현실화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대표적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은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하루 동안 3개 종목의 시가총액 888억원이 증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장 전 30분간의 동시호가 때부터 ‘투매’에 가까운 매도 주문을 쏟아냈다. 반면 매도 물량을 받아가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장 마감 후 안랩의 매도 잔량(약 64만주)은 거래량(약 8만5000주)의 8배를 넘었다. 미래산업과 써니전자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안철수 테마주의 동반 하한가 추락은 정치인 테마주의 예견된 종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정치인 테마주는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에 관계없이 주가가 부풀려졌다. 그 요인이 사라지면 원래 주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3개 안철수 테마주 시가총액 합계는 테마주로 부상하기 전인 작년 7월 말만 해도 338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9월12일에는 2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날은 50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시가총액 1조5000억원이 기업의 경영 상황과 무관한 이유로 날아갔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테마주 폭탄 돌리기가 언젠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철수 테마주는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사람들의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의 이상 급등락 현상이 다음달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테마주 투자자들이 이날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음에도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과 ‘박근혜 테마주’로 꼽히는 EG, 아가방앤컴퍼니 등이 상한가로 치솟은 것은 이런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윤/임도원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