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2시48분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업의 영구채에 신용을 공여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은행들에 영구채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제하도록 지도키로 했다. 이로써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영구채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에 신용공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업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공여 은행으로 참여했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앞으로는 신용을 공여하지 않기로 잠정적으로 결론 지었다.

금감원도 회계기준원이 이달 중 영구채의 자본 인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결과에 관계없이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기업 영구채에 대한 신용공여를 제한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감원과 은행들이 영구채 신용공여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구채에 대한 신용공여란 투자자가 일정 기간(보통 5년) 후 원금을 상환해달라는 풋백옵션을 행사했을 때 발행 기업이 이행하지 못하면 은행이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걸 말한다. 은행들은 채권대금을 상환해주는 대신 주식교환청구권을 행사해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난다. 발행 기업이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 기업의 주식을 안게 될 은행은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풋백옵션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발행 기업의 재무상태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의미”라며 “영구채 신용공여에 따른 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1.5%로 고정된 반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하방 리스크)은 무한대”라고 말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 등 영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은 대부분 재무적으로 여유가 없는 곳”이라며 “5년 후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영구채(永久債)

perpetual bond. 투자자에 이자만 지급하면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원금을 영구적으로 상환하지 않아도 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신종자본증권의 일종으로 하이브리드채권으로도 불린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자본으로 인정한다.


정영효/김동윤/이상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