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면 우리는 흔히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입을 옷이 없다’는 말에 남녀의 시각차이를 다룬 중국 유머가 생각납니다. 여성의 ‘입을 옷이 없다’는 즉 ‘새옷’이 없다는 뜻이고, 남성의 ‘입을 옷이 없다’는 입을 만한 ‘깨끗한 옷’이 없다는 뜻이랍니다. 미묘한 차이지만 현실적으로 맞는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이 지루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 ‘살 만한 주식이 없다’는 넋두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상반기엔 삼성전자와 자동차주가 주도했고 가요 ‘강남스타일’의 등장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게임, 카지노주가 각광받았으며 최근까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경기방어주에 집중되는 방탄주(경기방어주, 이익탄탄)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연말을 앞두고 증시가 정체되자 차기 주도주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3분기 실적시즌이 기대를 밑돌면서 내년 상반기까지의 이익개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기업이익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미 2분기 기업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때 직전 분기 대비 감소했었고 3분기 실적 개선도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결국 주식시장이 정체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고전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중앙은행에 꺼낼 수 있는 정책은 다 나왔습니다. 실물경제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 지도부 교체라는 이슈로 인해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하는 ‘신중 모드’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결정됐고 중국 지도부의 정책기조도 윤곽을 드러내는 양상이니 본격적으로 기업은 설비 투자와 신규 고용을 시작할 것입니다.

여기에 자극제가 돼야 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역할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와 기업실적 흐름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새로운 정부의 정책과 추진력일 것입니다. 지금은 과도기적 위치에 놓여 펀더멘털의 전환 시점을 기다리는 과정으로 판단됩니다. 정체 국면에서 발생되는 하락 위험은 내년 주식시장 전체 일정을 놓고 볼 때 대단한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