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일 오후 2시45분


“기존 경영자 관리인체제(DIP)는 회생기업 경영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제도입니다.”(민주홍 우리은행 기업회생부 팀장)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회생은 관리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김희중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한국경제신문이 1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개최한 ‘제2회 한경 마켓인사이트 포럼’은 국내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격론장이 됐다. 최근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둘러싼 논란을 반영하듯 참석자들은 제도의 취지와 개선 방향 등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법정관리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며 “실패한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기존 DIP제도로는 제2,제3의 웅진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는 “법정관리는 법원이 분쟁만 심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시장적인 제도”라며 “제대로 활용하면 도덕적 해이 문제도 없고 워크아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격론 속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안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법률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 “DIP는 조기 M&A 걸림돌”

조규홍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팀장은 ‘회생절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기업회생절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DIP에 대해 “기존 사주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에 반(反)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빨리 회생하기 위해서는 조기 인수·합병(M&A)이 가장 효과적인데 기존 사주가 관리인이 되면 회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식으로 버티다 뒤늦게 헐값에 팔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사주가 회생절차 폐지를 피하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 없는 회생계획안 등을 내는 사례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조 팀장은 “기업을 그대로 유지했을 때보다 청산했을 때 가치가 더 높게 산정되면 회생절차가 폐지되는데 기존 사주들은 이를 피하려고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곤 한다”며 “한 회생기업이 과거 평균 영업이익률이 0.6%였는데 법원에는 15%로 적어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회생절차는 시장적 제도”

김희중 판사는 일단 “회생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볼 만하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DIP는 기존 사주가 경영하던 안정적인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하되 채권단협의회의 기능을 활성화해 관리인을 감시하고, 설득과 토론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내놓자는 것”이라며 “법원이 분쟁만 심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시장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 파견 등 채권자들이 참여할 여지가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청룡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통합도산법에 대해 채권자들의 연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회생계획안을 짤 때 다양한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경진 아이앤제이투자자문 전무는 “지금은 DIP 입법 취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정착되는 과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법무부 “채권자 보호 강화”

박영진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는 “웅진 사태 이후 현행 기업회생절차가 지나치게 ‘채무자 프렌들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는 채권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검사는 “채권자가 기업가치평가 부문을 비롯해 회생계획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 채권자 보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채권자가 원할 경우 공동관리인을 반드시 선임토록 DIP를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구조조정지원팀장은 “부실을 유발한 경영진이 있으면 책임을 부과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김태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