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연초 기대와 달리 공모주펀드 수익도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펀드는 대부분 채권투자로 시중금리를 좇고, 일부 공모주 투자로 플러스 알파(+α)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연초 변동성 높은 장에서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하반기까지 ‘IPO 가뭄’이 이어지면서 ‘알파’의 수익이 사라진 것이다.

○올 들어 수익률 3%도 안 돼

올 공모주펀드 농사 '헛 지었네'
30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금융투자협회 분류 기준에 따르면 공모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29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은 2.26%로 나타났다. 이는 공모주펀드가 속한 국내혼합형펀드의 평균성과(2.90%)에도 못 미친다.

전년도 11%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던 ‘유진챔피언공모주1A’는 연초 이후 2.57%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97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공모주펀드 중에서는 자금을 가장 많이 끌어모았던 펀드다. 이 펀드는 주요 편입종목(7월말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AJ렌터카, 엠씨넥스, 사조씨푸드, 동아팜텍, 디지탈옵틱 등이다. 이 중 AJ렌터카, 디지탈옵틱 주가만 공모가 대비 10% 이상 올랐고, 엠씨넥스, 사조씨푸드, 동아팜텍은 20~30% 이상 손실이 났다.

시중금리 수준에 못 미치는 펀드도 많다. ‘드림포유일석삼조공모주C’(1.41%) ‘하이공모주플러스10 1C2’(1.64%), ‘한화공모플러스안정혼합1’(2.16%)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위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올 들어 신규 상장 종목 수는 19개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개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공모주가 드물었다. 신규상장한 종목 주가도 공모가에 못 미치는 종목이 절반 이상이어서 투자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성과의 대부분은 채권투자 수익

공모주펀드 중 선전한 펀드로는 ‘흥국멀티플레이30공모주펀드’를 꼽을 수 있다. ‘흥국멀티플레이30C-3’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4.57%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펀드도 공모주 투자로 낸 수익보다 올 들어 두 번 기준금리를 인하한 덕에 올린 채권투자 수익이 펀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 흥국자산운용 마케팅팀 관계자는 “채권에 70% 이상 투자하는데 금융채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 3% 이상 수익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공모주가 적다 보니 나오는 족족 투자했던 다른 펀드와 달리 보수적 접근으로 사조씨푸드 외에 사람인에이치알, 빛샘전자, 비아트론 등으로 일정 부분 수익을 보탰다고 덧붙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CJ헬로비전 등 대어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지금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아 향후 수익 개선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한숨지었다. 이어 “통상 지금부터 내년 1월까지 공모주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시기인데, 올해는 초과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