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7일 오후 1시4분

한라그룹이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한라공조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한라공조 최대주주인 미국 비스티온의 상장폐지 시도를 막고, 옛 계열사였던 한라공조를 되찾기 위한 포석이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는 국민연금과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부속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만도는 국민연금이 한라공조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매수가격과 매매절차 등에 대해서는 별도 합의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월 양측이 체결한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실행 방안으로 ‘비스티온 등’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협력에 합의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 지분을 7.82% 보유하고 있어 한라그룹이 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상장폐지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유가증권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 하려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 양해각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국민연금과 제휴해 한라공조 되찾기를 본격화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한라공조의 미래에 대해 비스티온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라공조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만도 전신인 만도기계가 합작해 1986년 3월 설립한 회사다. 현대·기아차에 생산량의 75%를 납품하고 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은 한라그룹이 지분(50%)을 매각, 1999년 3월 비스티온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비스티온은 지난달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국민연금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날 한라공조 주가는 한라그룹의 우선매수권 확보로 2차 공개매수가 물건너갈 것이란 전망에 13.21% 급락한 2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