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큰 화학 기계 철강업종 등의 조정폭이 커지면서 증시가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증시 조정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중국 '끙' 코스피 '끙끙'…코스피, 장중 2004까지 밀려 불안감 증폭

◆차이나 리스크에 ‘발목’ 잡힌 증시

29일 코스피지수는 17.33포인트(0.85%) 내린 2014.14로 장을 마쳤다. 오전 한때는 1.32% 하락한 2004.94까지 밀려 ‘2000선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2045.08(종가)로 2040선을 넘어선 이후 더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게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횡보장이 길어지는 가장 주요한 이유로 꼽히는 게 차이나 리스크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약 2주 전부터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냉각되고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퍼진 게 지수가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컨센서스가 8.1~8.5%인데 일각에서는 8% 밑으로 내려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1분기 컨센서스를 충족시킨다고 해도 작년 연간 성장률(9.2%)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관련 업종이 낫다”

정보기술(IT)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 관련 업종은 이달 들어 대부분 큰 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철강·금속 업종이 9.42% 내린 것을 비롯해 기계(8.83%) 화학(5.69%) 섬유·의복(4.40%) 업종 등이 대거 하락했다.

기관들이 해당 업종에 대해 연일 매도 공세를 펼치며 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철강·금속 업종을 2거래일만 매수했으며 나머지 18거래일 동안은 ‘팔자’로 일관했다. 기관의 이달 철강·금속업종 순매도 규모는 5412억원에 달한다.

중국 관련 업종의 전망에 대해서는 화학 철강 기계 등 소재 및 산업재와 의복 유통 등 소비 관련 업종이 엇갈린다. 이 팀장은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소비경기보다는 수출과 투자 쪽에 쏠려 있다”며 “중국 내 투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 영향을 받는 화학 철강 기계업종 등의 조정은 다소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소비 관련 업종은 정부 차원의 내수경기 부양책 시행이 예정돼 있어 조만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위안화가 절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위안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위안화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기적으로 내수경기 부양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4월 초~5월 초 한 달간을 소비 촉진의 달로 선포한 상황이어서 최근의 위안화 흐름은 정책효과를 극대화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 길어지나

2분기 증시 흐름과 관련, 그동안 시장에서는 횡보장이 4월까지 이어지다가 6월로 갈수록 장이 강해지는 전약후강(前弱後强) 전망과 4월에 강세로 전환했다가 6월로 가면서 다시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강후약(前强後弱) 전망이 팽팽한 편이었다.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의 부각으로 조정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쪽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대증권은 4월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1930~2050으로 제시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실적시즌이 돼야 업종별로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을 감안할 때 IT업종의 비중은 유지하고 정유·화학업종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