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규 상장 기업의 '공모가 부풀리기'에 제동을 건다. 상장 예정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 3개월 전까지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투자가에 대한 제재 수위도 강화된다. 2007년 7월 IPO 제도 선진화 방안 도입 이후 공모가 부풀리기가 오히려 심화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과 주관사 대등한 관계 설정

'공모가 뻥튀기' 기관 제재 수위 높인다
2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등은 이 같은 내용의 'IPO 인수제도 개선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고 관련 규정과 모범 규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IPO를 추진 중인 기업은 예비심사청구 3개월 전 증권사와 주관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증권사가 상장 예정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적정한 공모가 밴드를 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실사 시간을 제공하고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상장 예정 기업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관사로 갈아타면서 과당 경쟁을 유발,공모가 부풀리기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는 IPO 주관 실적을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증권사별 상장기업을 명시하고 기업별로 주가와 공모가 대비 상승 또는 하락률을 공표해야 한다. 주관사로서 공모 결과에 대해 시장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때 가격과 수량을 '뻥튀기'해온 기관에 대해서는 제재 수위가 강화된다. 지금은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으로 지정된 후 6개월간 상장 공모에 참여할 수 없지만 이를 위반의 경중에 따라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9개월 최장 12개월까지 제한을 둔다.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투자가 수는 2008년 5개에 이어 2009년과 2010년 각각 6개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이미 10개에 달했다.

◆수요예측 모범 규준도 마련

IPO 과정에서 수요예측과 공모가 산정에 대한 모범 규준도 마련된다. 주관사는 수요예측 때 경쟁률을 공개해야 하며 실수요 파악 행위가 금지된다. 현재는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수량이나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게 적어내면 증권사가 실제 인수할 의사가 있는 수량(실수요)인지를 파악해 최종적으로 물량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허수가 잡히면서 공모가가 높게 결정되는 부작용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대신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수요예측 참여 가격은 공모가 산정에서 배제하며,공모가 없이 청약물량만 제시하면 수요예측 평균가격에 주문한 것으로 간주한다.

유명무실화된 의무보유확약제도를 대신해 중장기 기관투자가에는 공모물량을 더 많이 배정할 수 있게 된다. 단기 투자기관이 공모주식을 상장 첫날 대거 쏟아내면서 상장 초기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장 예정기업에 대한 실사 기준을 제시하고 주요 이행사항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쪽으로 금감원이 '기업실사 모범 규준'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강유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