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이 목표가와 괴리율 50% 넘어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제시 중인 기업별 목표주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투자의견을 내고 있는 유가증권ㆍ코스닥 양 시장 내 235개 종목 가운데 평균 목표주가와 현 주가(11일 종가) 차이(괴리율)가 50%를 상회하는 곳이 절반에 가까운 104개에 달한다.

특히 OCI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14개 종목은 괴리율이 100%를 웃돌았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가 현 주가보다 50% 이상 높을 때 투자의견 중 최상인 '강력매수'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 상황은 증권사 투자의견이 있는 종목 절반 가까이를 강력매수 해야 하는 시점이란 얘기다.

평상시라면 국내 증시에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저평가 된 기업이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해석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보다는 최근 주가하락을 증권사 목표주가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전망치는 크게 바뀐 게 없는데 주가가 갑자기 폭락하다보니 일시적으로 (목표주가와 현 주가간) 괴리율이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존 목표주가를 거둬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기존 목표주가 6만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수금을 모두 상각한다 가정해도 주당 4만6500원의 가치는 있고, 여기에 자원개발 부문의 성장성을 더하면 6만원이 적정 가치라는 주장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3월부터 제시하고 있는 이 목표주가는 현 주가(2만8650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 들어 3월 이후 한국가스공사의 최고가는 지난 6월 28일 장중 기록한 3만9650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지난 9일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기존 목표주가 39만원을 고수했다.

9일 종가가 13만1000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200%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현대미포조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6배에도 미치지 못해 2008년 리만 브러더스 파산 때만큼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9월 1일부터 이 목표주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25만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란 게 6개월에서 1년을 보고 제시하는 것인데 아니면 말고 식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며 "분석 대상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예상과 달리 망가지면 슬그머니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 또한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김승현 센터장은 "기업의 목표주가는 대부분 실적에 기반한 것인데, 이 실적은 거시 경제지표의 결과물이어서 후행적으로 반응한다"며 "경제에 대한 기본 가정이 바뀌는 경우 업황과 개별 기업 실적으로까지 시뮬레이션을 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