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한국증권금융 주식에 한번 관심을 가져 보세요. "

서울 서초동에 사는 고액자산가 K씨는 거래하는 동양종금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지난주 이런 전화를 받았다. 증권금융이 배당 성향이 좋은 데다 상장 가능성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투자해 볼 만하다는 게 PB의 설명이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달 28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증권금융 지분 4.07% 입찰에서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전부터 증권금융 주식 마케팅을 진행해온 동양종금증권은 고객들의 투자 수요가 있다고 판단,입찰에 적극 참여했다.

2009년 초만 해도 장외시장에서 5000원 안팎에 거래되던 증권금융은 현재 1만4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주당 600원을 배당해 시가배당률이 연 4.28%로 은행 예금금리 못지 않은 데다 매출 1조218억원,영업이익 2894억원의 탄탄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증권금융이 자본 확충을 위해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하다"며 "시장에서는 증권금융 직원들의 자사주만 일부 거래될 뿐이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외주식 거래업체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증권금융의 높은 배당 성향이 알려지면서 2009년부터 장외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며 "주가수익비율(PER)도 5배 정도에 불과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지만 회사 실적과 상장 여부가 정부 정책에 좌우된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증권금융은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과 컨소시엄을 이뤄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 안정을 기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돼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 컨소시엄은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진 기관이 없어 무난히 낙찰될 것으로 예상하고 동양종금증권보다 수십억원가량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금융은 최대주주인 거래소의 지분율이 11.35%에 불과하고 24개 증권사와 15개 은행 등에 지분이 분산돼 있다. 이번에 4%가 넘는 지분이 장외시장에 풀리게 돼 경영권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1차 지분 매각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유찰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이번 입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