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옵션만기일인 13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막혀 사흘 만에 하락했다. 지수는 오전장에 2100선을 돌파,추가 상승 기대를 키웠지만 1조2500억원대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2090선 아래로 밀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개인이 6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덕에 낙폭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옵션 만기를 넘긴 증시가 안정적인 수급과 기업 실적 호조 등을 토대로 상승세를 다시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차원의 기간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프로그램 폭탄에 2090선 내줘

이날 증시는 포르투갈의 국채 발행 성공 소식에 오름세로 출발해 개장 10분 만에 2100선을 넘어섰다.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지수는 2109까지 상승했지만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결정하자 오름폭이 줄었다. 특히 작년 말 배당수익을 노리고 들어온 차익매수 물량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물로 나와 시장을 압박했다.

장중 한 증권사의 주문 실수로 선물 매도가 급증하면서 베이시스가 하락하자 프로그램 물량이 늘었다.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며 한때 상승 반전했지만 막판 동시호가에서 2600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더해지면서 결국 5.47포인트(0.26%) 내린 2089.48에 마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1조2515억원 순매도로 끝나 작년 '11 · 11 옵션쇼크' 당시 9313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였다. 프로그램 영향으로 외국인 순매수는 1416억원으로 줄었고 기관은 4371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6389억원의 '사자' 우위를 보였다. 증권가는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물량이 이날 옵션 만기로 대부분 빠져나가 향후 수급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깜짝 인상되고 프로그램 매물이 1조2500억원이나 나왔음에도 지수가 5포인트 하락에 그친 것은 시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경계해야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긴 했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 증가만큼 주가가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왔지만 생각만큼 시장이 조정을 받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으로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0.3배로,2000선을 처음 돌파했던 2007년 7월(13.4배)보다 낮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단순 계산으로도 지수는 약 30%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 국가의 재정이슈와 중국의 긴축,신흥국 중심의 인플레이션 등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 2150선에서 1차 저항이 예상된다"며 "반대로 조정이 오더라도 폭은 깊지 않고 횡보하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기간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전략으로 조정이 올 경우 우량주를 사놓고 기다리는 '바이&홀드'를 추천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물가 상승이 리스크로 대두될 것"이라며 "상품 가격과 물가에 민감한 음식료 통신 전기가스 항공주보다는 정보기술(IT)주와 은행 보험 등 금융주 비중을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실적이 주가에 덜 반영된 디스플레이 · 기계 · 화학 · 조선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박해영/김유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