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서 현대차를 '밸류카'라고 합니다. 벤츠 등 고가차들이 수두룩한데 왜 밸류카라고 할까요? 그건 가격대비 좋은 차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그런 주식을 찾습니다"

'가치'(밸류·Value)

최준철 브이아이피투자자문 대표는 투자할 종목을 찾을때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독창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색깔도 좋은 종목만 고집하는게 아니라 '가치 대비 싼 종목'을 고르는데 골몰한다.

"동서와 OCI를 비교하면 저희가 말하는 가치투자를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동서는 국내 커시피장의 독보적인 1위 동서식품의 모회사이고 29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배당도 꾸준히 하죠. 하지만 그렇게 세련된 종목은 아닙니다. OCI는 석유화학업체가 태양전지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으로 체질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동서에만 주목합니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기 때문이죠"

같은 가치투자라도 OCI 같이 폴리실리콘으로 회사의 성장성이 괄목할만한 변화를 일으킬 종목을 미리사서 시세를 분출하기 직전에 팔아치우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는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절대적 가치로만 따지면 2억원짜리 벤츠나 BMW를 사야겠지요.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대비 현재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사서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언젠가는 제값을 받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최 대표는 대학 투자동아리 시절부터 15년넘게 가치투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실제 동참하는데 주저한다는 것.

그래도 가창력보다는 비쥬얼로 인기를 얻는 일부 아이돌 걸그룹은 닮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2만석 대형 콘서트장은 아니더라도 2000석 중형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로 자신이 연주하며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자문형 랩 상품은 오직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대표 1인 운용역의 맨파워로 지탱되는 투자자문사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00명이 찾는 공연이라도 무료티켓 남발하지 않고 진성 관객, 가치투자를 이해하는 관객들로 꽉 채워나갈 계획이죠"

그는 자문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률만 쫓는 천편일률적인 자문사가 아니라 각각의 운용철학과 색깔을 가진 자문사들이 여럿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자문형 랩 인기로 구석진 청담동의 맛집들이 백화점 푸드코트에 입점한 셈이죠. 하지만 백화점 푸드코트의 장점은 다양성인데 메뉴가 모두 같다면 고객들이 계속 오겠습니까? 인기있는 몇 군데만 줄을 서지 나머지는 모두 파리를 날리겠지요. 열세인 곳은 '조미료를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될지 모릅니다"

현재와 같은 소수종목 집중투자, 성장형 종목에 올인하는 투자, 시간을 낚는 가치형 투자 등 자문사 고유의 색깔들이 자리잡고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될때 진정한 자문사 전성시대가 올수 있다는 것.

최 대표는 잃을게 없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의 1세대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사를 나와 차리는 투자자문사와 비교해도 10년은 앞서가고 있다는 확신에서다.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지 8년차인데 저와 김 대표 나이가 30대 중반입니다. 앞으로 10년을 더 준비해도 지금 막 자문사를 차리는 1세대 펀드매니저 나이보다 적습니다. 가치투자의 강점은 시간이고 저희에겐 그 시간이 너무 많은 셈이죠."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2000여개가 안되는 국내 상장종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까지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의 특성은 절대 모르는 길은 가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첨병을 보내 상황을 파악하게 한 뒤 조금씩 전진하는 것입니다. 운용2팀을 연구개발팀으로 만들어 가동하기 시작한 것도 해외주식 투자를 염두에 둔 포석입니다"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의 또다른 특징은 완전판매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이 고집하는 완전판매와 궤를 같이 한다.

"자문사 상품은 '1대 1 맞춤형'입니다. 그런데 펀드처럼 판매사를 동원하면 고객을 만날수 없고 불완전판매가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저희는 법인과 고객을 직접 접촉해 왔고, 어렵고 힘들지만 그것이 쌓여 엄청난 내공이 된 것이죠. 보이지 않고 더디게 가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달변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직접판매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끊임없이 가치투자 관련 책을 쓰고, 이메일 서신을 보내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투자자문업계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해 고객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언제든지 골라잡을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지길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