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 5-①] 브이아이피투자자문 "7년간 연평균 수익률 21%로 시장 이겼다"

"가치투자는 힘들고 때론 마음 둘 곳 없이 고독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수익률 15% 정도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현실속에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전문가들은 못내 야속하고 혼자서 속울음을 토하기도 하지만 성공투자에 대한 확신만은 철옹성같이 굳건하다.

증권사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열기를 내뿜고 있지만 국내에 거의 유일한 가치투자 투자자문사인 브아아이피투자자문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했다.

"소녀시대 등 아이돌 걸그룹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문사들이 자문형 랩 상품을 기회로 최근 뜨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짝했다 사라지는 가수가 아니라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가수활동을 하는 김동률이나 이적처럼 일정 규모의 마니아층을 가진 자문사가 되고 싶은 거죠.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창력과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팬들로터 조명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이적과 김동률이 함께 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타이틀 곡 '그땐 그랬지' '거위의꿈' '그녀를 잡아요' 등의 명곡은 아직도 팬들 가슴 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가치투자 개척자로 통하는 김민국(34), 최준철(34) 브이아이피투자자문 공동대표는 가요계의 이적, 김동률 같이 투자업계의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생소한 가치투자 철학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은 시장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보수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장수익률 이상의 꾸준한 초과수익 달성으로 가치투자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싸고 좋은 종목을 찾기 위해선 쓰레기통도 뒤진다"

안정적인 수익률의 비결은 철저한 가치투자다. 종목 분석이 생명이고 싸고 좋은 주식을 고르면 철저히 장기 보유로 성과를 낸다.
[자문사 대해부 5-①] 브이아이피투자자문 "7년간 연평균 수익률 21%로 시장 이겼다"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는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를 기본적으로 편입한다. 시가총액 비중에 준할 정도로 편입하고, 전망에 따라 작거나 많게 조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VIP사모주식형펀드'를 포함해 브이아이피투자자문에서 운용중인 상품에는 삼성전자가 단 한 주도 포함돼 있지 않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한다고 하는 다른 대형 정보기술(IT)주들도 거의 편입하지 않았다. 각 종목은 순수하게 기업의 경쟁력과 밸류에이션(가치대비 평가) 측면에서의 매력에만 근거해 분석하고, 최종 단계에서 유동성을 감안해 편입여부를 결정한다.

'스노우 볼'(Snow ball·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 종목이 그것이다. 변동성이 적고 장기적인 성과가 우수한 종목을 선별해 낸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시장이 급팽창하자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장에서 사라진 노키아를 먼저 분석하는 식이죠. 그리고 LG전자를 봅니다. 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통에서 폐기된 종목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싸기 때문이죠. 쓰레기를 뒤지다 보면 언젠가는 진주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대형주는 시장에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실적 전망이 좋거나 나쁘면 주가도 함께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 특히 업황 변화가 심한 IT주의 경우 변수가 많아 아무리 기초체력이 좋은 종목이라도 외풍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경매투자자와 같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물건을 할인해서 싸게 사는 것이 핵심이다.

가치투자자들은 하락할 때 주식을 산다. 각종 차트 대신 전자공시를 들여다보며 종목을 고르고, 주로 소비주기가 빨라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품목에서 시장지배력과 가격결정력이 있는 회사들을 선호한다.

최 대표와 김 대표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CJ(82,200 -1.79%) 파라다이스 동서 동원산업 무학 넥센처럼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져온 대표 내수주들이 대부분이다.

"연 수익률 21%로 7년 간 시장 이겨"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은 어느덧 8년차가 됐다.

IT 버블 붕괴로 주식판이 뒤숭숭하던 2001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던 최준철 대표는 가치투자 인터넷사이트 뉴아이에서 '낭중지추K'라는 회원의 신도리코 분석 글을 읽었다.

21세기들어 주식시장에서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대접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낭중지추K는 전통적인 제조업체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복사기 제조업체 신도리코에 대해 '흙 속의 진주'라며 순이익 연 30% 성장이 기대되는 데다 배당률도 8%에 달해 "절대로 빼앗기지 말아야 할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평소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세계적인 가치투자자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독학으로 가치투자를 연구하고 있던 최 대표는 당장 그 글에 흥미가 생겼다. 최씨 역시 역시 '엔젤'이라는 필명으로 가치투자 사이트에서 활약하던 회원 중 한 명이었다.

온라인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가치투자에 대한 서로의 철학이 잘 맞고 보유 종목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금세 의기투합했다. 그러다 아예 직접 만나자며 '번개팅' 약속까지 잡았다.

그런데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데다가 1976년생으로 동갑내기였다. 게다가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이창용 교수의 수업을 함께 듣고 있던 사이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전문서인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을 출간해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떠오른 브이아이피투자자문 공동대표 '엔젤' 최준철 대표와 '낭중지추K' 김민국 대표의 첫 만남이었다.

2003년 브이아이피투자자문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21%로 매년 시장 수익률 웃돌고 있다.

일임매매를 통해 굴리는 펀드의 운용규모는 현재 3500억원에 달하고, 130여개 투자자문사 중 일임계약 고객수 순위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자문형 랩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가치투자라는 고유 철학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 가입시에는 투자자들과 직접 일대일 상담을 통해 일일이 가치투자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 상승장에서 다른 성장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할 수도 있다는 점과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필요로 하는 펀드 성격 때문이다.

고객들 중에도 설립 당시부터 함께 해온 5~6년된 투자자들이 많다. 일임고객 재계약률이 최근 5년 평균 88.6%에 이른다.

"2000석 규모의 콘서트장이면 충분"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은 최근 '동양 자녀사랑 사전증여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설계와 운용을 맡고 동양종금증권이 판매하고 있다. 많은 대형 증권사들이 자문사형 랩을 만들어 보자고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스노우볼 신탁상품으로 가치투자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고객들이 가치투자을 이해하고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2만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장에서 현란한 춤사위와 테크닉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아이돌 그룹은 되지 못하지만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를 보를 수 있는 2000석 규모의 공연은 자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관객도 최소 1년 이상 가치투자의 열차에 자신의 돈과 신념을 맡기고 올라탈 수 있는 '개념'(?)을 소유해야 한다.

최근 최소 투자 유치금액을 1인당 5억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지금 같이 가치투자하기 좋은 시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준철 대표는 "이런 상품을 내놓은 것도 가치투자의 진정한 맛을 봐야만 기다릴 줄 아는 투자자가 된다는 신념때문"이라며 "국내시장은 좁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해외주식까지 시장을 넓히기 위해 운용2팀을 신설해 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국 대표도 "고객들이 투자자문사 중에는 소수종목 집중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자문형 랩 상품 뿐만 아니라 저희와 같은 가치투자형 상품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그럴때 자문업계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고객층도 두터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김다운 기자 b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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