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예상치 못한 도발이 야간 선물시장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야간 선물시장에서는 이번 변수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래량이 처음으로 1만계약을 넘어섰다.

야간시장의 움직임이 다음 날 정규시장 시가에 방향을 제시하면서 큰 충격을 완화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규장의 변동성 완화,위험관리 수단 제공 등 야간시장의 기능이 앞으로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야간 선물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

24일 정규장 시작 전부터 투자자들의 시선은 전날 야간 선물시장에 쏠렸다. 북한 도발 소식이 전날 현물시장에 반영되지 않아 이날 증시의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간 선물은 전날 정규장 선물지수 종가(248.00)보다 1.70포인트(0.69%) 낮은 246.3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선물시장 정규장에서 3.30포인트 하락폭까지 반영하면 현물시장 개장 전까지 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선물 하락폭을 환산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35~45포인트 하락세로 출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날 증시 시가는 45포인트 떨어진 1883.92로 시작,전망이 맞아떨어졌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증시 전략을 짤때 야간 선물시장 흐름을 참고하면서 현물과 연계성이 높아졌다"며 "야간 선물 거래가 없었다면 코스피지수가 훨씬 큰 하락으로 출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야간 선물지수는 개장 직후 241.05까지 급락,악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 투자심리대로 코스피지수를 환산하면 70포인트 이상의 급락도 가능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이 야간시장에서 1484계약의 선물을 순매수했다는 사실도 증시의 차분한 출발을 도왔다.

김배용 한국거래소 글로벌시장 운영팀장은 "야간 선물 거래의 '가격 발견'기능이 발휘되면서 현물시장 가격도 안정적으로 움직였다"며 "1년 전 야간시장을 도입한 후 정규시장의 가격 변동성(전일 종가 대비 시가변화율)은 3.91%에서 2.27%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장 후 대외변수에 따른 위험 회피와 다양한 투자전략 제공이라는 야간선물의 취지가 정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거래량 최대…헤지 수요는 아직 적어

야간 선물시장 거래량은 전날 1만1662계약으로 개장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소 야간 거래에 소극적이던 외국인들의 순매수량 역시 사상 최대였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기존 매도물량을 환매하며 이익실현했거나 신규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반면 개인들은 큰 폭의 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 매도로 대응해 '외국인 대 개인'의 구도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승리는 외국인 쪽이었다. 이날 선물지수 시가가 246.80으로 시작한 후 꾸준히 상승,252.30으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은 야간 종가 기준 246.30에 선물을 샀다면 정규장 시가에서 바로 팔아도 0.5포인트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에 대응하는 야간시장의 기능이 이번 사태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증권과 투신 등 기관들의 참여가 미진하다는 것은 남은 과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관들은 연평도 사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물량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비했다"며 "헤지가 필요한 기관들이 정작 야간 거래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야간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정규장의 20분의 1 수준인데다 야간 인력 배치 등 투자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야간선물시장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해 국내 시간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코스피200선물을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정규장 이후 대외변수에 대해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16일 개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