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문에 대한 불신으로 실물 자산의 가치가 높아졌다. "(마이크 피츠패트릭 MF글로벌 애널리스트)

글로벌 투자자들이'안전성'으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안전한 실물자산의 대표격인 금과 은 등 귀금속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최근 국제 금 · 은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불확실한 가치에 베팅하느니 확실한 실물에 돈을 묻어 두겠다'는 불안심리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러가치 하락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산업용 필수 소재인 구리 백금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들썩인다.

금값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은 이런 추세의 정점에 있다. 지난달 11번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값은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8.20달러(0.6%) 오른 1317.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이날 장 초반 한때 132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온스당 1300달러 선에서 조정장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는 기세다. 금값은 올 들어서만 20%가량 올랐다. 대세상승론이 거품경계론을 압도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은 역시 3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은 12월물은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 오른 온스당 22.0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올해 상승률(26%)만 놓고 보면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다. 제임스 코디어 옵션셀러스닷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 약세가 금과 은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다른 대안을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중국 제조업지수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호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표적 산업소재인 구리가격까지 이날 1.1%가량 올라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은-동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였다.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산업계 전반에 원가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국제 유가도 고개를 치켜든 상태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61달러(2.0%) 뛴 81.58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등 19개 원자재 가격추이를 반영한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지난달 8.58%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로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다.

또 런던금시장협회 콘퍼런스보드는 현재 온스당 1614달러인 백금 가격이 내년 1857달러로 오르고,팔라듐 가격도 같은 기간 온스당 545달러에서 70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등 주요 금속소재의 상승을 점쳤다.

주요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오른 만큼 변동성도 함께 높아지겠지만,△달러약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요 △경기회복 기대감 등 3대 상승 요인이 공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코디어 매니저는 "미국 정부가 최소한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양적완화 제스처를 대대적으로 취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과 은값 상승은 적어도 한두 달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