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미국 증시가 이틀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 일부 경제지표 호전 소식으로 상승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지만,유럽발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차익매물 등이 시장을 짓눌렀다.하지만 미국 증시는 9월 상승률 기준으론 193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추가 상승 동력을 어느정도 축적했다는 분석이다.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7.23포인트(0.44%) 내린 10788.05에 거래를 마쳤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53포인트(0.31%) 내린 1141.20으로 장을 마감했으며,나스닥지수는 7.94포인트(0.33%) 떨어진 2368.62를 각각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한달간 7.7% 오르며 9월 장을 마쳤다.특히 S&P500은 8.8% 상승해 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1939년 이후 71년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나스닥지수도 12% 올라 1998년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예상외로 호전된 경기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그동안 쉼없이 오른데 따른 차익매물 압박과 예민해진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뚫지는 못했다.앞서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전주보다 1만6000명 줄어든 4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이는 잠정 집계된 46만명보다 적은 수치다.또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잠정치인 1.6%보다 높은 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시카고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추정치인 55보다 높은 60.4를 기록했다.8월 PMI지수는 56.7이었다.

호전된 경기지표는 미국 정부가 준비중인 경기부양책의 강도를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으로 해석되면서 매도세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일단 수익을 확정짓고 보자는 심리가 한몫했다.마이클 제임스 웨드부시모건증권 이사는 “시기적으로 분기말이라는 점이 숨고르기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며 “그동안 힘겹게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수익확정으로 분기를 정리하고 가려는 트레이더들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종목들이 주로 하락했다.세계 최대 건설장비 회사인 캐터필러가 1.6% 하락했다.캐터필러는 한달간 21% 올랐었다.아메리칸익프레스도 2.4% 떨어졌으며,9월 한달 동안 17% 올랐던 애플도 1.3% 하락하며 9월장을 마감했다.

또 프루덴셜생명은 AIG로부터 매입을 추진 중인 두개의 일본 보험회사가 회사수익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4.2% 급락했다.반면 AIG는 S&P지수편입 종목 중 두번째로 높은 수준인 4.4% 상승률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에 비해 유가 상승으로 도움을 받은 에너지주 옥시덴탈페트롤럼은 2.2% 올랐으며 실업자 감소 소식 등의 영향으로 취업 관련주인 몬스터월드와이드가 1.3%,로버트하프인터내셔널이 2.4%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유럽 증시는 스페인발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 등으로 혼조세를 보이다 결국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럽 전체 시황을 반영하는 유럽 다우존스 스톡스600지수는 전날보다 0.5% 하락한 259.72로 거래를 마쳤다.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 주가지수는 0.03% 하락한 5548.62로 마감했고,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도 0.59% 내린 3715.18로 장을 마쳤다.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지수 역시 전날보다 0.29% 떨어진 6229.02로 마감해 3개 주요 국가의 증시가 모두 나흘 연속 하락했다.

이날 유럽 증시는 무디스가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다.그러나 오후 들어 미국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추정했던 1.6%에서 1.7%로 상향 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반등세로 돌아섰다.게다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경지지표인 이번달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지난달 56.7에서 60.4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상승폭을 더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가 앵글로아이리시은행을 비롯한 은행권 구제금융 비용에 500억 유로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결국 악재로 작용해 유럽 증시는 막판에 다시 하락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올 3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 대비 1.6% 올랐다.반면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1.8% 하락하는 등 은행주들이 혼선을 보였다.이날 신형 스마트폰 N8을 출시한 노키아는 헬싱키 증시에서 전날 대비 2.2%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경제지표 호전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막지 못했다” 며 “아일랜드 경제의 중장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증시 하락 원인을 분석했다.

한편 최근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해오던 금값은 소폭 하락해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 뜨거워지던 투자심리에 제동을 건 주요 요인이 됐다.12월 인도분 국제 금값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 당 70센트(0.7%) 하락한 1,309.60 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관우/강경민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