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했다고 내 계좌가 불어나는 건 아니었구먼." "시가총액 상위주와 업종 대표주 빼면 지수 1400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

인터넷 재테크 게시판에 일부 '개미' 투자자들이 이런 푸념을 쏟아냈다. 코스피지수가 2년3개월 만에 1800선을 회복했지만,증권사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만 않았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회사 지점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주도로 '1800 고지'에 되오르기는 했지만,개인 고객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1500 언저리인 것 같다"고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소외감은 몇몇 수치로도 확인된다. 증시가 단기 랠리를 펼친 지난달 27일부터 1800선을 뚫은 이달 10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1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이 7.80%였고,기관은 12.52%에 달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 공략한 GS 롯데쇼핑 에쓰오일 등이 이 기간 20% 안팎 급등한 덕분이다. 반면 개인은 10대 순매수 종목 중 6개가 오히려 하락해 평균 1.34%의 손실을 봤다. 한 지점장은 "개인은 최근 저평가된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 등에 집중했다"며 "반면 시장은 외국인 · 기관이 공략한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이 주도하는 바람에 단기간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에 불만을 쏟아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더블딥이니 유럽 리스크니 하며 겁을 주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해 관망하는 동안 1800선을 훌쩍 넘겨버렸다"며 씁쓸해했다.

수급의 주도권을 쥔 외국인 · 기관을 개인이 맞상대하기는 버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해 기다리는 정공법이라면 개인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지적한다. 간접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3개월간 매달 적립식으로 꾸준히 주식에 투자했다면 평균 24%의 수익이 났다.

A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개인이 많이 산 IT주와 금융주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것이 분명한 만큼 길게 보고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을 낼 것"이라며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패턴을 뒤늦게 따라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가치투자는 투자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