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버팀목인 상장사 실적이 3분기 정점을 찍고 4분기에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이익 모멘텀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이익의 절대치가 높고 실적 안정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와 화학 철강 기계 등 소재업종의 이익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실적은 3분기가 정점

24일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분석 대상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분기보다 10~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증권은 유가증권시장 109개사,코스닥 56개사 등 165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합계가 2분기보다 9.9% 증가한 22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과 동양종금증권도 상장사 영업이익이 각각 15.6%,10.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22.3%)과 하나대투증권(28.1%)은 20% 이상의 증가세를 전망했다.

하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3분기 21조9000억원에서 4분기 18조2000억원으로 16.8% 감소를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15.1%) 대우증권(-14.9%) 현대증권(-11.9%) 등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투자증권만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 합계가 각각 18조9000억원 안팎으로 비슷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주가 3분기 이후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며 "설비투자 등 각종 일회성 비용을 연말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IT주 이익 전망치 하락 뚜렷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새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떨어진 종목 중 상당수가 IT주였다.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기준으로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539억원에서 149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LG디스플레이도 이 기간 전망치가 24.6% 줄었고 코스닥 IT주인 텔레칩스 KH바텍 등은 감소율이 57%에 달했다.

반면 내수주와 철강 화학 기계 등 소재업종은 이익이 늘고 있다. 국순당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새 49억원에서 82억원으로 급증했다. KB금융 우리금융 한진해운 한라공조 세아베스틸 LG화학 등도 예상치가 10~30% 이상 올랐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장사의 이익 규모 절대치가 높아졌고 흑자와 적자를 오갔던 과거와 달리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늦깎이 턴어라운드주' 주목할 때

이익 고점은 3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종목은 지난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부터 회복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가장 확실한 호재인 만큼 이런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기준으로 3분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기업은 관이음쇠 제조업체인 태광이다. 이 회사는 2분기 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세 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3분기에는 74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해외 매출처를 다변화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자원 개발 업체들의 기자재 발주도 본격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이음쇠 업체 성광벤드도 2분기 71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134억원까지 늘어 1년 만에 1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6% 급감했던 매일유업은 3분기에는 분유 매출 회복에 힘입어 작년보다 3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 턴어라운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았다"며 "특히 일시적인 턴어라운드가 아니라 구조적인 실적 회복이 예상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