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크게 상승할 만큼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기업의 실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투자자들이 확신해야 강세장이 본격 시작될 것입니다. "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50)은 19일 '투자자 확신론'을 폈다. 기업 실적이 레벨업됐다고 투자자들이 믿기 시작해야 증시에 자금이 본격적으로 몰린다는 것.한두 번의 '깜짝실적'으론 투자자의 확신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2000년대 초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총 20조원 수준에 머물다 2004년부터 40조~50조원으로 한 단계 올라섰을 때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린 것은 1~2년 뒤인 2005년,2006년이었다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가 요동을 치는 것은 실적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내 상장기업의 순익이 총 80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데 대한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신운용)에 입사한 강 부사장은 22년째 운용업계에 몸담아 온 1세대 펀드매니저다. 한국운용은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7조원이 넘게 순유출되는 와중에도 2137억원을 끌어 모으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강 부사장은 하반기 증시에 대해 박스권 저점을 높여가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악재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실적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저점을 서서히 높여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좋아진 실적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수준인 1700~1800선 정도에서 박스권이 다시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스마트폰이라는 '킬러 상품'이 등장한 만큼 상승세가 일정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행태를 보면 경기가 부진해 다른 소비는 줄여도 스마트폰은 구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국내 IT 기업들만큼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됐으므로 이들과 공생관계를 잘 설정한 중소 IT 기업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금이 몰리는 자문형 랩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펀드 시대가 가고 자문형 랩 시대가 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랩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결국 타깃시장이 다른 만큼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강 부사장은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자문형 랩은 맞춤복"이라며 "사람들이 맞춤복을 선호한다고 해서 기성복이 사라지지 않듯 두 분야가 공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문형 랩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될 정도로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한 규제가 부실한 점을 우려했다. 강 부사장은 "펀드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되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안전장치가 없는 자문형 랩은 증시 상황이 지금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