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노리는 FX마진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불법적인 음성거래가 늘어 금융투자업계가 골치를 앓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과 외국환거래법상 FX마진거래는 국내 선물회사를 거쳐야 하는데도 국내 선물회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 브로커와 음성적으로 계약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인가받은 선물회사가 투자자와 해외 호가제공업체(FDM)의 계약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투자자가 해외 FDM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라며 "FX마진거래를 해외 업체와 계약하면 불법 송금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거래 단계를 생략하면 수수료 등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점이 불법 거래를 부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FX마진거래 증거금률이 2%에서 5%로 오른 것도 불법 거래가 늘어난 배경이다. 예컨대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거래할 경우 투자자가 예치할 증거금이 2000달러(약 240만원)에서 5000달러(약 600만원)로 늘었다.

한 전문가는 "레버리지 효과가 50 대 1에서 20 대 1로 줄어드니 투자자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해외 마진거래를 하면 500달러(약 60만원)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불법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래의 최소 단위가 작다는 점도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소 10만달러를 거래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거래 단위당 1만달러 등 거래 장벽이 낮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증권 · 선물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투협 관계자는 "해외 브로커가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이메일 등을 통해 국내투자자를 유치한 사례가 5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은 금액으로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FDM이 시스템 오류를 일으키거나 파산할 경우 증거금을 고스란히 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부적격 브로커가 인터넷으로 자금을 모아 도주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지만 해외 불법 거래인 만큼 국내투자자 보호 대책을 적용받기 어렵다. 금투협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늘어나면서 FX마진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상태"라며 "현행 제도상 불법 거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용어풀이] FX마진거래

이종통화 현물환 거래.선물회사에 증거금을 예치한 후 실시간으로 달러 유로 엔 등 각종 통화를 매매해 환차익과 이자율 차익까지 얻는 차익거래의 일종이다. 일본에선 온라인 환거래를 하는 주부를 가리키는 '와타나베 부인'이 유명해질 정도로 일상화됐다. 계약당 기본 단위는 10만(달러 · 유로 · 엔)이다. 기준통화가 달러인 경우 10만달러를 거래해도 증거금은 5%인 5000달러에 불과해 레버리지 효과가 높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24시간 거래가 가능해 국내에서도 개인들의 거래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