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주가 조작' 조사] (上) 수익률 게임 위험수위…度 넘은 업계 관행에 금감원 '메스'
금융당국이 펀드를 이용한 시세조종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 것은 이 같은 형태의 불공정행위가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정도로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기술적으로 적발이 어려운 데다 자본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시작된 이번 조사를 하반기에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혀 기관투자가들이 매매에 부담을 느끼는 등 증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펀드 시세조종 6개월째 조사 중

금융당국의 펀드 시세조종 조사는 올초부터 시작돼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펀드 관련 시세조종이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던 차에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언론에서 윈도드레싱을 빙자한 펀드의 보유종목 시세조종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던 중에 증선위원들이 전반적으로 살펴보라는 뜻을 전해 와 연초부터 광범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펀드 수익률 관리를 위한 시세조종 문제를 스크린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금감원은 펀드 투자시 발생하는 통정매매,가장매매,고가 매수주문,허수 매수주문 등의 사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많은 위반 유형은 검찰에 고발된 D자산운용 사례처럼 펀드 보유종목의 종가를 관리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마감 전 동시호가(오후 2시50분~3시)에 집중적으로 대량의 고가 매수주문을 내 종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마감시키는 수법이다.

조사는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사대상 펀드의 숫자가 많은 데다 속성상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의 경우 주가조작을 위해 주식보다 훨씬 많은 수의 증권계좌를 동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계좌 IP가 여러 개 찍히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조사하기 힘들다"며 "금감원이 중심이 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뿐 아니라 투자자문사들이 관련된 랩 관련 상품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추천종목이나 보유종목의 리스트를 요구했다"며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문사의 시세조종 여부도 함께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윈도드레싱 넘어선 주가조작이 문제

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위해 미국 호주 등의 펀드 관련 시세조종 사례에 대한 사전 연구와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오래전에 없어진 관행으로 대부분은 잘하고 있는데 몇몇 펀드매니저가 물을 흐리고 있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가 강화돼 요즘은 하기도 힘들지만 윈도드레싱 차원에서 운용 중인 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최소한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윈도드레싱'이냐 '시세조종'이냐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윈도드레싱이란 기관들이 분기 말이나 결산기에 맞춰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보유 종목의 종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윈도드레싱 차원의 정상적인 매매행태가 처벌되는 것은 아니며 이득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매매하는 경우만 문제삼는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시세조종에 대한 판단 기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부당이득 금액,주가변동폭,호가 관여 비율,시세조종 기간,공모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부당이득이 5억원을 넘거나,전체 주문 중 시세조종용 매매주문의 비율을 뜻하는 호가관여율이 30%를 넘을 경우 시세조종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강화한다.

또 시세조종 직전의 가격과 시세관여 후 형성된 주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의 차액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와 함께 주가조종 기간이 3일 이상일 경우 중대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용어풀이] 윈도드레싱

기관들이 분기 말,연말 등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 중인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종목의 종가를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백화점에서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진열대(쇼윈도) 상품을 보기 좋게 전시하는 데서 비롯된 용어다. 펀드매니저는 운용 성과가 좋아야 높은 평가를 받고 연봉도 올라가기 때문에 펀드 편입 종목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