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도 '품질'있다…매출·영업익 함께 늘어야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이익의 '질'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한 상장사 대부분이 매출 증가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거둔 '확장형' 이익 증가로 조사됐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듯 비용을 줄여 성과를 낸 '비용 절감형' 이익 증가와는 대조적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어닝 시즌을 앞두고 단순히 영업이익의 수치만 볼 게 아니라 이익의 성격까지 파악해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따져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온미디어 영원무역 롯데삼강 한국철강 등 17개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분기 실적은 매출 · 이익 동시 '확장형'

2일 기업정보 제공업체인 한신평정보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조사 대상 580개사(전년과 비교 가능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3분의 2인 369개 상장사가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6개사(83%)는 원가 절감(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감소)보다 매출 증대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형관 한신평정보 연구원은 "올 들어 경기 상황이 나아지면서 대부분 상장사들이 매출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을 거둬 질적인 면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63개사(17%)는 영업이익 증가 요인이 매출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 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4개사는 매출이 줄었음에도 비용을 쥐어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경우였다. 이 같은 기업 수는 작년 1분기 100개(34%)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작년 1분기엔 경기 상황이 최악이어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원가 절감에 매진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늘어난 기업이 많았다.

이 연구원은 "기업이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비용까지 줄여가며 당장의 이익에 치중할 경우 현재 기업 가치는 좋아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둔화된다"며 "이익의 성격까지 파악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2분기 실적의 '질'을 살펴야

조만간 가시화할 2분기 실적도 질적인 측면을 잘 살펴보면 유망 종목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7개사(건설사 제외)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2분기 실적 전망(3개 이상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온미디어의 매출은 210억원으로 1분기보다 35.19% 늘고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550.1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매출 · 이익 동시 확장형 기업으론 롯데삼강 빙그레 하이트맥주 KT&G 등 음식료업체와 한국철강 대한제강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현대제철은 고로를 본격 가동한 첫 분기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돼 주목된다. 두산중공업 S&T중공업 등도 '턴어라운드'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 계룡건설 등 건설사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 이상씩 늘겠지만 기저효과에다 업종 성격상 계절성이 워낙 강해 전 분기 대비 비교가 어렵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 같은 진통이 있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조금씩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소비 여력 확대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기 큰 그림에서 매출에 주목하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도 "매출이 늘어나는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 이익률이 조금 떨어져도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