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한글과컴퓨터가 22일 거래를 재개했다. 지난달 대표의 배임 · 횡령설로 중단된 지 40여일 만이다.

안철수연구소 등 토종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선전 속에서 한컴도 함께 질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래 재개 첫날인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한컴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가는 한때 5190원(5.9%)까지 치솟았다가 4700원으로 4.08% 하락한 채 마감했다. 장중 매도세가 몰리면서 4610원(-6.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주주 셀런과 자회사인 셀런에스엔은 한컴의 상장폐지 위기감이 해소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컴은 지난달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에 38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경영진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았다. 심사 결과 폐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SW업계를 둘러싼 최근 환경은 나쁘지 않다. 최근 미국 애플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국내 SW업체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전날 'SW 글로벌 스타 육성'을 선언하며 유망 업체 지원에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는 모바일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닷새 연속 상승했다.

유화증권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올해 이스트소프트의 영업이익이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SW주들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컴의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악재에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단기 조정을 겪은 것으로 본다"며 "?
글 등 주력 프로그램 매출에 큰 변화가 없어 심한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횡령 등 문제가 발생했던 대주주 셀런이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호재다.

희망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횡령사건 등으로 직원의 동요가 심해지면서 내부 경쟁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호재로 잘 나갈 것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횡령 자금 회수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태하 대우증권 연구원은 "2분기 안드로이드폰 판매 등 SW분야의 호재가 한컴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며 "인수 · 합병과 재무 문제 처리 방안이 새롭게 나오기 전에는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