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춤하던 원 · 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2월 초 1170원대까지 반등했던 환율은 최근들어 1110원대에 진입했다. 환율이 111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가 최소한 2분기 중에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바이 코리아'가 환율 하락 요인

원 · 달러 환율의 큰 흐름을 놓고 보면 올 들어 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작년 말 1164원50전이던 환율은 지난 21일 1107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 월별로 따져보면 그리스 재정위기 부각 여부에 따라 환율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그리스 재정 위기가 한창 심각하게 부각된 2월 초순께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강해져 한때 1170원대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 재정위기가 수면아래로 잠복하기 시작한 3월 하순 이후 환율은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의 원 · 달러 환율 하락에는 이같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여건 변화뿐 아니라 다른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한 한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재정건전성 또한 여타 국가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란 점이 환율 하락의 기본 배경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국내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외국인들이 달러화를 국내 외환시장으로 가지고 들어오다 보니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원 · 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신경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과열을 억제함과 동시에 내수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가 위안화 절상이다.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건 미국으로서도 위안화 절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위안화 절상은 한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 통화에도 단기적인 절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 하락세 2분기까지 지속될 듯

원 · 달러 환율 하락세는 최소한 2분기 중에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은 1분기 말 1131원을 기록했던 환율이 2분기 말에는 1050~1100원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의 주 요인이었던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 채권에 대한 선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위안화 절상 기대감도 갈수록 고조될 것이기 때문에 환율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의 채권 및 주식이 선진국 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환율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 지급이 개시됨에 따라 이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해 환율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다음 달 3~4일로 예정된 삼성생명 IPO(기업공개)에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배당금 송금 수요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하반기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과 삼성선물은 환율이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1100원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세가 올 한해 꾸준히 이어져 4분기 말에는 1100원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 · 엔 환율도 꾸준히 하락 전망

원 · 엔 환율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 · 엔 환율은 지난 15일 1187원28전(100엔당)을 기록,2008년 10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 · 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작년 4월에 큰폭으로 하락했다가 이후 1250~1350원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하순께부터 다시 하락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원 · 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원화에 비해 일본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어 일본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을 풍부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중에 풀린 엔화가 많다 보니 엔화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한때 주춤했던 엔화 캐리트레이드가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엔화 유동성이 더 풍부해지면 원 · 엔 환율은 연말까지 108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