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이 이달들어 조선주 매집에 나섰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조선 경기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선주 보유비중을 낮췄던 기관투자자들이 다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관은 지난 15일까지 삼성중공업을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84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순매수, 1116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같은 기간 현대미포조선(169억원), 한진중공업(91억원), STX조선해양(10억원) 등 주요 조선주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해당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9.87%를 기록,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3.44%)의 세 배에 가까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분석]조선주 베팅한 기관투자자…향후 전망은?
증시 전문가들은 해운업황이 개선된 가운데 중고선박 가격과 함께 신조선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조선주에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BDI(발틱운임지수)는 지난 12일 3500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15일에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 3574로 장을 마쳤다.

지난 12일 기준 신규 건조되는 선박 가격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6으로 9주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클락슨 중고선가의 경우 전주 대비 4포인트 상승한 144를 기록했다.

박승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체 계약선가에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신조선가의 반등세가 상대적으로 미비하지만, 중고선가가 조선업황 시황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고선가 반등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재개 역시 업황 회복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등 비조선 부문 호조가 국내 조선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이에 국내 조선 경기도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3월은 해운시장의 계절적 성수기이고, 4월에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중고선 가격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는 조선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당분간 주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업황 회복에 대해 확신한다면 조선주 비중을 늘려가도 좋을 시점"이라며 "하반기에 선박 수요업체들의 영업현금흐름이 늘어나면서 수주가 실제 회복세를 보여 조선주가 올해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조선주들이 이후 1년 기준으로 50% 수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선 업황 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주 규모가 절대 기준에서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전 세계 월평균 발주량은 380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늘었지만 전 불황기의 저점인 2002년 수준 월평균 4500만DWT에도 못 미친다.

선가의 회복 속도 역시 조선사들이 물량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를 진행한다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동익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수주가 발생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마른 목을 축이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선가 역시 작년보다 40%가량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주 물량이 적용되는 2011년 말∼2012년께에는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조선 부문의 경쟁력이 돋보이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가운데 25%만을 조선 부문에서 거둘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 조선 업황이 좋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높다"며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선가의 상승 반전과 이 같은 흐름의 지속은 조선주 주가에 모멘텀(상승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절대 수주량 부족으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1월 큰폭의 반등에 선가 상승 모멘텀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된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날 조선주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현대미포조선은 전날보다 1.39% 오른 14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진중공업(1.05%), 삼성중공업(0.92%) 역시 상승 마감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1.12%), 현대중공업(-0.22%) 등은 하락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