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히트 드라마의 제작사들이 줄줄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누적 적자에다 경영권 분쟁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인''주몽'에 이어 현재 '지붕뚫고 하이킥'과 '추노' 등 인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8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회 연속 자본잠식 50% 이상'을 면치 못해 11일 거래가 정지됐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이달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주몽'의 공동 제작사이자 최근 종영된 '파스타'의 제작사 올리브나인과 '파리의 연인''아내의 유혹' 등을 만든 스타맥스도 한국거래소로부터 퇴출 결정을 받아 이의 신청을 낸 상태다.

'태왕사신기''제중원'의 제작사로 2007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김종학프로덕션(현재 사명은 더체인지) 역시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작년에 최대주주가 바뀐 상태다.

이에 따라 "드라마는 잘 만드는데 회사 경영은 왜 그 모양이냐"는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증시와 방송업계에서는 경영 실패 외에 드라마업계의 특성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드라마를 방영할 공중파 채널이 한정돼 있어 계약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경우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과도한 매출원가(제작비용)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초록뱀이 만든 '추노'는 올 들어 방영 3개월 동안 무려 500억원의 광고 매출을 해당 방송사에 안겨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제작사는 적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박 드라마' 한두 개가 나온다고 과거 누적된 적자를 한꺼번에 만회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영권 분쟁이나 기발행된 주식 관련 사채 등의 비용 부담이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김종학프로덕션을 인수한 최대주주 유티씨앤컴퍼니 관계자도 "제작사들은 일단 찍고 보자는 예술가적 사고가 강하지만 정작 경영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한 채 감자와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증시에서 자금을 수혈받아 연명해 온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초록뱀은 지난해 말 50% 감자를 한 데 이어 80% 감자를 다시 실시해 자본잠식 탈피를 시도하는 한편 음악 콘텐츠,게임 등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증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