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쿵쾅, 우르릉 쿵쾅…'
필리핀의 남서부 민다나오섬의 술탄 쿠다라트주.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40여분 거리에 제네랄 산토스 공항이 있고, 공항에서 차량으로 2시간 떨어진 곳에 한국의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인 케이아이씨가 투자한 광산 ㈜디에코마이닝(옛 디벨럽지알코)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선 금 생산을 위한 선광설비와 굴삭기, 불도저 등 십 여대의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 金 생산 1차 선광설비 완료 '생산 돌입'

케이아이씨가 지분 약 36%(전환사채 포함)를 투자한 디에코마이닝은 지난해 말 금을 생산하기 위해 쓸만한 광석을 선별하는 선광장 설치를 모두 마치고 생산에 들어갔다.

원광을 투입해 그중에서 정광을 뽑아내는 과정인 선광작업을 위해 하나의 공장 생산라인으로 구성된 대형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매일매일 생산조건을 바꿔가며 설비들을 최적화하고 생산효율을 테스트하며 처리량을 늘리고 있었다. 기자가 이 곳을 찾은 지난달 23일 이 설비를 이용해 시험 생산한 금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디에코마이닝 현장소장인 김종민 전무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하루 생산시간을 10시간에서 18시간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현재 하루 300톤 처리에서 점차 처리량을 증가시켜 하루 500톤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생산된 정광을 화학 처리하는 CIP(carbone in pulp) 방식을 통해 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광을 처리해 나온 정광을 2.5톤 규모의 CIP 탱크에 섞어 순금을 회수하는데 약 5~7일이 소요된다.

김 소장은 "1차로 플로우 테스트(시험생산 테스트)한 원광 7.5톤을 처리해 수은을 이용한 아말감 방식과 CIP방식을 통해 16.5g의 금을 뽑아냈다"며 생산된 금을 보여줬다.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이와 별도로 원광 70톤으로도 아말감과 CIP탱크를 이용해 금 생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원광 70톤의 4분의 1을 아말감 처리해 수은을 포함한 60g 가량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김 소장은 "이 제품에서 수은을 제거하면 50g 가량의 금이 나온다"며 "나머지 4분의 3은 CIP탱크를 통해 처리하고 있는데, 금이 150g 정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광 1톤당 평균 2g 이상의 금을 뽑아내는 셈으로 이 정도면 채산성이 아주 높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부분의 광산이 개발을 시작한 지 5년은 돼야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며 "광산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6개월 만에 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디에코마이닝은 2007년 8월 ㈜케이아이씨가 투자하면서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설립 당시부터 국내 전라남도 해남 순신금광의 광산소장을 지냈던 김종민 소장, 영풍광업 선광부장 등을 역임한 안준범 상무 등 베테랑 급 전문기술자들을 영입해 광산개발에 주력했다.

이 회사는 필리핀 현지 광산개발에 필요한 일을 진행하며 광산개발을 본격화했다. 광산이 노천광인 덕분에 광산 개발을 위해 굴을 팔 필요가 없었다. 해발 1200m에 이르는 높이까지 13Km 가량 대형 덤프트럭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면서 지질 조사와 탐사를 거치는 등 2년여 꾸준하게 광산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 광산지역은 총면적 4500ha(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의 대형광산이다. 주 광종으로는 금, 은, 구리, 연아연 등이 대단위로 분포돼 있다. 광산은 지질학적으로 단층대를 따라 형성되는데 이 지역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금, 구리광산인 탐파칸(Tampakan) 광산(구리 매장량 22억톤 추정)과 불과 40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디에코마이닝은 2008년 10월 필리핀 현지인으로부터 광산채굴권을 모두 양도받았으며 필리핀 광산청(MGB)과 환경부(DENR)의 승인을 받아 필리핀 광산을 완전히 소유하게 됐다.

2008년 3월 지오텍, 넥스지오 등 국내 지질조사 전문업체가 현지 지질조사를 마쳤다. 한국광물자원공사(옛 광업진흥공사)의 투자여건 조사 결과 투자 적격 광산으로 판정을 받았다.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나 기초탐사 국고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유망한 해외개발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 광산 금 매장지역 추정 金 매장량만 조(兆) 단위

디에코마이닝은 전체 광구의 절반 정도 지역에 7개 유망 사이트(금 3개 구역, 구리 4개 구역) 를 중심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1200m 고원 분지에 100만 여평의 대규모 자연금 매장지역이 발견됨에 따라 2009년부터 금광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탐방]케이아이씨, 필리핀 '금광' 본격 가동
김 소장은 "이 지역은 풍화토가 충적된 지역으로 시추결과 매장된 금의 평균 품위가 톤당 2g 이상"이라며 "일반적인 언더그라운드 금광이 평균 2ppm(2g/t) 수준이면 매우 우수한 품위라고 보는데, 노천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의 2~3배 이상인 고품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광산에서는 현지 원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개울가에서 사금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 가운데 현재 자체적으로 시추를 마친 15만평 가량의 자연금 확정매장량은 395만톤(약 3000억원)이며, 이를 포함한 60만평 가량의 부분 지질 조사 및 시추 결과에 따르면 매장량의 경제적 가치가 약 1조원 이상에 이른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국내 지질 전문회사인 지오텍에서 금 매장 전체지역에 대해 지질조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었다. 조사결과에 따라 전체 매장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표토 바로 아래 레드 소일(red soil)이라고 불리는 풍화잔류토에 함유돼 있는 사금을 퍼내 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채광작업을 하면서 레드 소일 하부에 품위가 2~3배 가량 더 높은 대단위 풍화잔류암층(Gravel)이 발견돼 생산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김 소장은 "보수적으로 봐서 현재까지 나온 풍화잔류암 맥은 길이 1.6km, 높이 6m, 폭 20m에 걸쳐, 톤당 3~4g의 품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볼 때 하부 암반층에는 대규모 금광맥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금 생산 추가 선광장 증설 및 대량생산면허(MPSA) 취득

김 소장은 "현재 60% 수준인 볼밀(ball mill) 가동률을 2월말까지 100%로 높이면 하루 500톤의 원광 처리가 가능하다"며 "하루 500톤 처리가 정착되면 월 20kg 이상의 금을 생산할 수 있어 월 10억~12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가동하는 선광장 규모 정도의 제2 선광장을 6월께 추가로 증설, 하반기부터는 하루 1000톤의 원광처리 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대규모 양산을 위해 대량생산면허(MPSA)도 신청했다. 지난달 가장 중요한 단계인 필리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ECC) 승인절차를 마쳤으며 오는 6~7월께에는 최종 면허를 따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량생산면허를 취득하면 생산량의 제한 없이 발파를 통해 대규모 채광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돼 양산 광산으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디에코마이닝이 보유하고 있는 매장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금 매장지역에 대한 정밀탐사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외국 기관을 통해 확정매장량을 산출, 대규모 개발로 이어갈 계획이다.

케이아이씨 관계자는 "풍부한 매장량을 확보했고 설비를 완비해 정상 생산을 개시했다"며 "목표한 수율대로 기술적인 문제없이 금을 회수하고 있어, 가행광산으로서 개발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생산설비를 추가로 증설해 처리량을 늘리면 매출은 계속 커질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일구어낸 하나의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의 모델로 평가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민다나오)=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