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폐장일 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함에 따라 새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증시는 홀수 해에 글로벌 시장보다 초과 상승하면 이듬해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거나 아예 하락세로 반전하는 '짝수해 징크스'를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내년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우량 대형주인 블루칩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징크스에서 벗어날 것이란 분석이 많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짝수 해에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2000년(-50.9%) 2002년(-9.5%), 2008년(-40.7%) 등 모두 세 차례다. 2004년과 2006년에는 강세를 보였지만 상승률이 각각 10%와 4%에 그쳐 평균 30% 이상 급등했던 홀수 해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했다.

이에 대해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T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경기 및 증시의 순환 주기가 2년 단위로 짧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IT제품의 수출 비중은 과거 2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00년 이후엔 평균 30%로 확대돼 유가증권시장 내 전기전자업종의 시가총액 비중도 평균 13%에서 올해엔 22.8%로 크게 늘었다.

이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IT 업황이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업체를 필두로 한 IT주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상향 추세에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을 지나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경기 상승세가 유지되는 한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유동성 등 증시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란 평가다. 각국의 저금리 기조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위험 회피 심리가 잦아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3배로 최근 4년 평균인 10.8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가 있지만 당분간 달러가 추세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반등폭이 워낙 컸던 만큼 내년엔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사상 최악이었던 증시 환경이 올해는 기업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였다"며 "각종 호재들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상승 추세는 살아 있겠지만 상승 탄력은 올해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가의 추가 상승폭을 늘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 지속과 함께 투신권의 자금력 회복이 중요하다"며 "투자심리 회복을 배경으로 국내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재개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