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 한국전력 등을 순매수했던 기관이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 아랍 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플랜트 수주 소식이 전해진 이후 팔자에 나서고 있다.

28일 대신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한국전력이 속한 전기가스업종과 두산중공업이 속한 기계업종을 각각 1534억원과 234억원 어치씩 순매수했다. 한전KPS, 현대건설 등이 속한 건설업종도 295억원 어치 순매수중이다.

이는 UAE원자력발전 플랜트 수주로 향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수혜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가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두산중공업, 한전기술, 한전KPS 등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종목들 뿐 아니라 모건코리아, 케이아이씨, 보성파워텍, 티에스엠텍, 비에이치아이 등도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전력,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도 7~10%대 급등세다.

LIG투자증권은 "컨소시엄 구성원인 한전,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현대건설의 수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두산중공업을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원전 1기 수주시 전체 공사비의 25% 내외를 주기기 매출로 계상하기 때문에 이번 4기 수주 영향은 두산중공업의 2010년 예상순이익의 5% 수준에 이른다는 것. 2030년까지 UAE 원전 14기 모두를 수주한다면 총 매출액 11조3000억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7000억원 등이 계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1기당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기술의 매출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60년의 설계 수명 동안 유지와 보수를 통해 200억달러의 추가 수주가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부문의 사업 주체인 한전KPS의 중장기 성장 모멘텀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석에도 기관은 팔자에 나서고 있다. 기관은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 한국전력을 44만8000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한국 전력을 165만주 이상 순매도했다. 기관은 한전KPS(9만5000주), 삼성물산(9만4000주), 두산중공업(8만5000주) 등도 처분했다.

기관은 이에 앞선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전력 주식 193만1069주를 사들였다. 두산중공업도 이달들어 186만1540주를 순매수했다.

기관들의 팔자는 이들 종목이 단기 급등했기 때문. 두산중공업은 나흘동안 36%, 한국전력은 12% 가까이 급등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번 수주가 워낙 대규모여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연결되겠지만 주가가 단기에 너무 급등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며 "기관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향후 제자리를 찾으면 다시 매수할 시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