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을 끝으로 2009년 증시가 레이스를 마무리한다. 올해 초 1130선에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500대 중반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던 연초 증권가의 예상을 깨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1700선 직전까지 줄달음쳤다.

올해 증시의 주인공은 단연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블루칩이다. 글로벌 구조조정의 고통을 견뎌낸 우량주들은 승자 프리미엄을 누리며 올해 반등장의 선봉에 섰다.
◆IT · 자동차 반등장 주도

올해 코스피지수는 크게 세 차례 상승 국면을 거쳤다.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이어진 1차 랠리는 IT주와 자동차주가 시동을 걸었다. 2개월간 숨을 고르던 시장은 7월 중순 그린주와 중국 소비주의 상승을 신호탄으로 9월 중순까지 서머랠리에 나섰다. 9월에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신세계 오리온 등 중국 소비주들이 동반 상승하며 지수 1700선 탈환의 선봉에 섰다. 이후 1500대까지 조정을 받았던 시장은 이달 들어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장세에 이어 IT 자동차 철강 등 수출주들이 다시 부상하면서 연말랠리를 이끌었다.

시총 30위권 대형주 중에선 LG화학(224.4%) 기아차(213.0%) 삼성전기(207.8%) 현대차(206.3%) 등이 올 들어 두 배 넘게 올라 올해 증시의 주역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금융(137.8%) 외환은행(127.5%) KB금융(81.2%) 등 은행주들도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몰리며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75.2%) 포스코(62.1%) LG전자(62.4%) 등도 지수 상승률(49.6%)을 웃돌았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관리종목인 C&우방랜드로 451.2%에 달했다. 알앤엘바이오 서원 동일벨트 등 8개 종목이 300%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T 자동차 등 구조조정 수혜주가 시장을 주도한 한 해였다"며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녹색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회사를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킨 종목들의 상승률도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에선 휴대폰 · 반도체 부품주 선전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주가수익률을 안겨준 종목은 휴대폰 결제업체 다날(1185.2%)과 3D 영상 전문기업 케이디씨(1123.2%)다. 특히 다날은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들과 계약을 맺고 휴대폰 소액결제 시스템을 수출하면서 1455원이던 주가가 27일 현재 1만8700원까지 치솟았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및 터치패널, 게임 포털 등 휴대폰 콘텐츠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요한 솔더볼 업체 덕산하이메탈은 지난 8월 발광다이오드(LED) 기업 루디스를 합병한 데 힘입어 815.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LG전자 모토로라 등에 터치패널을 공급하는 이엘케이가 791.9%, 자동차 마찰재 업체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지분 투자 소식이 알려졌던 KB오토시스(옛 한국베랄)가 455.8% 오르는 등 초강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관련주 네패스(457.3%)와 유진테크(345.6%), LCD용 필름 제조업체 신화인터텍(459.3%)과 에이스디지텍(353.3%), 2차전지용 배터리 보호회로를 만드는 파워로직스(383.1%) 등도 선전했다.

코스닥시장 대형주 중에서는 서울반도체(410.1%) 다음(122%) 네오위즈게임(300%) 네오세미테크(187%) 가 기관과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선 각종 '테마'가 탄생했다. 이 중 DDR3반도체 2차전지 e북(디지털책)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자전거 원자력 신종플루 테마가 평균 두 배 이상 올랐고 4대강 관련주와 풍력주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LED 바이오 태양광 등은 70~9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박해영/문혜정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