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상승장을 주도했던 IT(정보기술)·자동차 업종이 경인년(庚寅年) 새해에도 주도주의 지위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이 22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상대로 '2010년 10대 유망업종'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센터장들은 대부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업종과 자동차 업종을 내년 가장 유망한 업종이라고 답변했다.

22개 증권사가 뽑은 '2010년 10대 유망업종'은 다수 추천순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금속 △은행 △건설 △유통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항공 △보험 등이었다.

반도체의 경우 공급부족 지속으로 반도체 가격의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센터장들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등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도 신차 출시로 인한 공장 가동률 상승과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조선업종은 수주잔량 감소와 조선가격의 하락으로 내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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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승자 독식' 현상 지속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세계 경제위기 과정에서 살아남은 한국의 IT·자동차업체들의 '승자 독식'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기에 반도체업종은 반도체 가격의 강세 지속으로 2010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부터 노트북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외로 호전되면서 반도체 수요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반면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유동성 위기로 세계 반도체 생산력은 급감했다"고 전했다.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공급은 줄었지만, '윈도7' 출시 효과로 PC부문 수요는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생존게임의 과정에서 살아남아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들의 '독식'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D램 반도체의 DDR2에서 DDR3로의 세대교체 가속화도 한국업체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승익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C 수요가 데스크톱에서 노트북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는 저소비전력이 가능한 DDR3의 수요 확대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한국업체들은 이미 DDR3 생산전환을 안정화시킨 상태나, 해외업체는 생산전환을 추진 중에 있어 D램 세대교체에 의한 한국업체들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전했다.

IT업종의 또다른 성장축인 디스플레이 업종은 중국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LCD(액정표시장치)시장의 성장은 LCD산업의 계절성 축소와 패널업체들의 실적안정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며 "중국시장은 이제 본격 성장기에 돌입해 내년에도 LCD TV의 판매 호조세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계절적 비수기인 올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패널가격은 월 평균 5% 이내 하락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12월 크리스마스와 내년 2월 중국 춘절 수요를 대비해 세트업체의 패널 재고축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센터장은 또 "최근 디스플레이업종의 주가조정은 앞으로의 상승국면 진입을 위한 에너지 응축 과정"이라며 "대부분의 업체 주가가 박스권 하단에 위치해 내년 1분기 비수기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자동차 "신차 효과로 레벨 UP!"

내년 자동차 산업은 신차 출시 효과와 경쟁업체들의 부진으로 내년에도 한국업체의 경쟁 우위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010년 자동차 업종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은 가동률 상승에 따른 시장점유율 증가와 이익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내년 환율 하락이 전망되지만 가동률이 충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 센터장은 "한국 출시 신차들의 해외 진출로 가동률 상승과 시장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며 "과거 해외 확장기에서 회수기로 접어들면서 지분법 이익의 본격적인 개선도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0년 세계 자동차 수요는 회복되겠지만 충분한 회복은 아니므로 여전히 일본업체들은 80% 미만의 가동률로 고전할 것"이라며 "미국 빅3도 판매점 축소, 유휴설비 폐쇄 등 구조조정 추진으로 부진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차의 선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보험, 수익성 개선세 지속

증권사들은 은행과 보험 등 금융업종이 내년에도 수익성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업종은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출구전략이 진행된다면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을 2010년 상반기 중에도 기대할 수 있다"며 "상반기는 금리인상에 따른 NIM 개선, 하반기는 상반기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대손비용 감소로 수익성 개선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험업종은 올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장기보험을 필두로 매출증가세를 지속했다"며 "내년은 올해의 사상 최대규모의 신규 계약수를 바탕으로 보험료 유입에 따른 지속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여줄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회피해야 할 업종, 조선"

증권사들은 조선업종이 내년에도 업황 부진으로 이익 모멘텀(상승동력)이 둔화될 것이라며 투자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도금 납입 지연이 심각하고, 2007년 이후 고가에 수주한 선박의 인도 연기 요청이 여전할 것"이라며 "2010년 조선업종은 순현금에서 순부채의 시대로 들어설 것"으로 진단했다. 내년과 2011년 예상 공급증가율도 10%대에 달해 수급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조선 업황의 본격적인 회복은 2010년 말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초중반까지는 업황 침체가 지속돼 업체들의 사업다각화 진행과 통폐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증권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현대증권은 석유제품 수급개선에 따른 정제마진의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힌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을 염려했다.
[2010 증시大전망②] "IT·자동차 GO!GO!…조선·유화는 피해야"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