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운용사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보수가 낮은 펀드에서 높은 펀드로 성과를 이전하는 교차보조가 존재하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성빈 연구위원은 14일 '우리나라 간접투자 현황 분석 및 과제' 보고서에서 "보수가 높고 낮은 펀드 사이의 교차보조 여부를 검증한 결과, 전체적으로 저보수 펀드로부터 고보수 펀드로의 성과 이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경향은 2006년 이후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대부분인 보수는 순자산과 비례하는 만큼 펀드 판매.운용사 입장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낮은 보수가 책정된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보수 펀드의 성과를 높일 유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교차보조가 생길 수 있는 원인으로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를 저보수 펀드에서 고보수 펀드로 이동시키거나, 미디어 노출도가 자금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고보수 펀드에 마케팅 비용을 더 집행하는 점 등을 꼽았다.

조 위원은 이에 따라 투자자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대한 면밀한 감독과 운용사의 운용능력에 대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펀드 성과 공시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일 운용사 내에서 이뤄지는 펀드매니저의 이동으로 성과 차이가 유발되고 이런 성과 변화가 투자자 이익에 반할 수 있으므로 운용 전문인력의 변경 때는 원인과 내용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어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한 규정의 위반을 피하면서 교차보조를 위한 거래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성과 이전으로 운용능력이 과대평가되는 등 잘못된 정보가 투자자에 전달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GIPS(Global Investment Performance Standards)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IPS는 자산운용사 내에서 동일 투자 목적과 운용전략 아래 운용되는 모든 포트폴리오를 묶은 평가단위인 '콤포지트'를 통해 개별 펀드의 운용실적이 아닌 회사 운용전략 전반에 대한 평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