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내 증시는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두바이 사태 재현 우려 등으로 1%대 하락세를 보인 데다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바이 쇼크' 이후 100포인트 이상 급등한 국내 증시는 조정을 어이갈지 아니면 재차 반등을 모색할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재차 반등에 나설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날 7일거래일만에 조정을 받았지만 기술적 반등의 한계라는 인식과 새로운 지수 조정의 신호탄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기 차익매물 출회와 피로감 누적은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었고, 지수가 저항선인 60일 이동평균선(1624) 위에서 마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장세를 단기급등 이후 쉬어가는 흐름 정도로 인식하고 연말랠리를 상정한 투자전략 수립을 권고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의 대규모 손실 소식과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04.14포인트(1.00%) 내린 10285.97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11.32포인트(1.03%) 하락한 1091.93을 나타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6.62포인트(0.76%) 내린 2172.99로 거래를 마쳤다.

◆ 미래에셋證 "연말랠리 유효…IT·車·은행·철강 주목"

미래에셋증권은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은행, 철강업종에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급등 이후 숨고르기에 진입했지만 이는 단순히 쉬어가는 흐름 정도인 만큼 연말랠리를 상정하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연말랠리는 글로벌 증시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었고 한국 증시는 다소 시차를 두며 이듬해 초에 상승국 면을 맞이해 왔다"면서 "하지만 올해 국내 증시 랠리는 내년 초에서 올해 말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정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두바이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IT, 자동차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적 측면에서도 최근 IT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개선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고, 국내 기업 전체적으로도 실적 바닥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3분기 실적 시즌 당시 시장에서는 코스피 구성 종목들의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에 고점을 형성한 뒤 4분기부터 둔화되고 내년 1분기에 가서야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하지만 지난 7일 현재 내년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조4345억원으로, 올해 4분기 추정치 19조3833억원을 웃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빨리 기업 실적의 저점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이고 외국인 매기가 모이고 있는 IT(반도체, 전자부품), 자동차 관련 대형주를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철강과 은행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보證 "달러캐리 청산 우려 과도…전기전자 업종에 관심"

교보증권은 최근 글로벌 달러가 반등하면서 달러 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달러의 추세 상승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는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황빈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달러가 반등하면서 추세를 소폭 이탈했다"며 "이에 따라 추세 전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 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불안이 재부각되지 않는다면 달러가 추세 상승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다소 더딘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

황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비교적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인 신흥국들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금리차 확대 가능성은 달러 약세를 지지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의 주식투자의 경우 차입에 의한 투자가 드물고 최근 국내증시에 중장기성 자금 유입이 우세하다"며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전기전자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12 월 들어 전기전자업종의 수익률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황 애널리스트는 "전기전자와 관련 부품주에 대한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며 "내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황도 비교적 밝은 편이고 실적 전망치는 상향 상향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기전자업종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실적이 전분기 대비 둔화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엔화 약세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추격 매수나 추세적 대응보다는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삼성證 "2010년 주도株는?…IT·車"

삼성증권은 내년 증시를 이끌 주도株는 올해와 같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0년 주도주는 예전과 달리 사이클이 연장되면서 올해 IT와 자동차주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년 간 주도주 흐름은 '조선·건설·기계·철강→제약·음식료→IT· 자동차' 등 연도별로 그 성격이 크게 바뀌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올해 주도주가 내년에도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오 연구원은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경쟁력이 취약한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퇴출당했고 살아남은 기업은 시장지배력 확대와 이익구조 안정을 통한 도약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IT와 자동차가 바로 이러한 업종의 대표종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소비대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만큼 대표적인 경기민감 소비재인 IT와 자동차는 중국 소비확대 수혜에 기반한 강력한 성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와 자동차 업종의 내년 이익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정치로만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77% 증가하고 내년 순이익은 올해 대비 30% 증가에 그칠 전망"이라며 "하지만 이익 모멘텀은 단순 수치상의 증감률이 아닌 이익 전망치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가 훨씬 중요하고 IT와 자동차는 계속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도주는 시장을 이끌어주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움직이면 하이닉스가 따라가고 현대차가 상승하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먼저 움직이는 등 매기확산이라는 주도주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연말에 들어서면서 외국인과 기관은 내년 시장을 겨냥해 투자목록을 재조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며 "눈 여겨 볼 대목은 이구동성으로 IT와 자동차를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