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불가리아.베트남.파키스탄 위기감
해외자본 의존 높고 외환보유 작은 국가 1순위

두바이발 쇼크로 급락했던 금융시장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제2의 두바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2의 두바이가 될 수 있는 후보들로는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고, 외환보유고가 작은 국가가 꼽혔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의 구조로, 외환보유고 마저 넉넉하지 못해 해외자본이 빠지면 속수무책이다.

이 기준에 따라 전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큰 국가를 순서대로 꼽으면 불가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베트남,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지목됐다.

여기에 외환보유고가 적어 만약 두바이 같이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경우 큰 어려움에 처할 국가들로는 그리스,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파키스탄, 남아공 등이 꼽혔다.

주로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았던 동유럽 국가와 동남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만약 두바이발 쇼크로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 해외자본이 빠르게 이탈할 경우 금융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 국가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두바이 후보 1위로 꼽히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 우리나라와 주식시장 시가총액이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모든 게 비슷하지만, 산업비중이 조선업과 해운업에 치중돼 있어 경기에 따른 부침이 심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스가 전세계 대외부채 중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0.9%로 0.39%인 아랍에미리트(UAE)의 2.3배에 달한다.

아울러 해외자본투자를 많이 받았던 베트남과 파키스탄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폭등해 우려의 눈길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위기때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었던 루마니아와 헝가리, 불어나는 국채에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던 아일랜드 등에도 다시 의혹의 시선이 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두바이에 이어 그리스, 아일랜드, 헝가리, 아이슬랜드 등이 줄이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면, 해운분야에 있어 주력인 유럽계 은행의 신용리스크가 부각되고, 이는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위기를 불러와 국내은행과 건설사들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로 신뢰가 떨어진 국채나 공사채, 특히 영국국채의 등급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월드 채권은 공사채였는데, 민간에서 생긴 문제를 국가가 막은 이번 금융위기 대응의 특성상 공사채나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리먼 사태와 같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의 몇차례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영국국채의 등급하락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