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사진)은 "두바이월드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은 곧 진정될 것"이라고 29일 말했다.

안 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바이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전체의 채무가 1231억달러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6130억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한 규모"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소폭 하락에 그친 데다 유럽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주 초부터 우리 금융시장도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파악한 두바이 관련 채무는 △두바이월드 590억달러 △두바이 전체 800억달러 △UAE 전체 1231억달러 등이다. 이 가운데 UAE 전체와 한국의 관계는 한국 입장에서 채무가 1억9000만달러,채권이 3억9000만달러 수준이다.

안 국장은 원 · 달러 환율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요청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27일엔 환율이 20원20전이나 올라 1175원50전을 기록했다. 안 국장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큰 쇼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되살아나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지만 이번의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역외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서 1171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안 국장은 그러나 두바이와 직접 관련이 큰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대출 회수(de-leveraging)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월드가 채무불이행으로 연결되고 신흥시장국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할 경우 두바이에 대한 대출 규모가 큰 유럽계 은행들이 신흥시장국에 대한 대출 규모 감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비상금융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국제 금융 불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