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 신청으로 국내외 증시가 충격에 빠졌다.

당초 국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다르게, 27일 코스피 지수는 건설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폭락하며 5% 가까이 굴러떨어졌다.
1530선이 무너졌고,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12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밤 사이 유럽 주요 증시가 3% 이상 급락한데 이어,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2~3%대 떨어지며 두바이발 쇼크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등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냉각에 따른 단기 급락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단기 악재인만큼 이를 기회로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과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으로 엇갈렸다.

◆ 영향 제한적, 저가매수 나서야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두바이발 쇼크는 단기적인 악재에 불과하다"며 "유통주나 항공, 철강주 등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조정장 흐름에서 전날 유럽증시가 급락한 것이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유럽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세계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해외건설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터졌기 때문에 건설업체에는 심리적인 영향을 줄 것이지만,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코스피 지수 15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매력과 미국 경기 전망 등을 고려한 장기투자 관점에서 이는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두바이발 악재가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장기적이고 확산될 성격의 이슈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면서 "우량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신중한 접근…코스피 1500 붕괴 가능

반면 이번 두바이 사태가 금융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두바이 사태는 금융기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에 의심을 던져준 이슈"라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이 같은 부정적인 사건이 반복해서 나타나다보면 증시 거품이 꺼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코스피 지수는 1440선에서 1540선에서 적정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증시에 접근하면서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들어오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두바이 리스크의 영향이 500억 달러 뿐이라고 시장에서는 얘기하지만 문제가 더커질 수도 있다"며 "이후에 파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유럽이나 미국증시의 움직임과 현지의 상황을 살펴보고 판단을 하겠다"며 "리스크의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저가매수'에 나설 수도 없다"고 전했다.

류재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중동리스크가 제 2의 금융위기는 아니더라도 시장이 당분간 저점을 볼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이번 하락세로 코스피 지수가 연내에 1500선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