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심각한 거래 기근으로 인해 외국인 움직임과 관련된 미확인 정보와 소문에 휘둘리고 있다. 잇단 펀드 환매로 기관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이 유일한 매수 주체인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온통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산다더라'는 소문만 나와도 지수가 요동치고 펀드매니저들은 외국인 동향에 대한 휴대폰 문자와 메신저 등으로 전해지는 '카더라식 통신'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수급 · 재료 공백 상태여서 앞으로 외국인 동향에 일희일비하는 불안한 모습이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한때 1600선 깨져

25일 증시에선 개장 직후 "외국인이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주요 블루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 한바탕 해프닝을 연출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지고 소비지표가 부진해 뉴욕증시가 하락했지만 외국인 매수 소식에 장 초반 코스피지수는 1614선까지 뛰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메릴린치는 지난 19일 해외 롱텀펀드가 일본 투자자금을 한국으로 이동했던 창구여서 이곳에서 매수 주문이 쏟아진다는 관측에 투자심리가 한껏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자 와전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바로 실망 매물이 나와 오전 10시께 지수는 1600선 아래로 밀렸다. 메릴린치 관계자는 "200억원 정도의 1회성 매수 주문이었는데 잘못된 소문이 돌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세로 반전해 5.46포인트(0.34%) 오른 1611.8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87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거래대금은 3조4000억원 대로 올 최저치인 지난 11일의 3조2497억원에 또다시 근접했다.

시장 일각에선 이날 해프닝에 대해 지수선물을 매수한 투자자가 지수를 끌어올려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외국인 매수세에 목마른 현물시장에 소문을 퍼뜨려 '사자'를 자극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기 어려운 장세에서 외국인 매수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뜬소문에 휘둘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월말 헤지펀드 '윈도드레싱' 관심
외국인만 좇는 증시…'카더라 통신'에도 흔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외국인만 쳐다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의 관심도 외국인에 쏠려 있다. 일부 매니저들은 증권사 법인영업맨들이 쏟아내는 외국인 매수 정보 하나하나에 솔깃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유럽계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요즘 전화를 걸어오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외국인 동향을 중점 체크한다"며 "특히 해외 대형 뮤추얼펀드들이 다음 달에 국내 주식을 많이 살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진 해외 기관이 많아 다음 달엔 이들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 결산을 앞둔 헤지펀드들이 결산일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윈도드레싱'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시장에선 헤지펀드들이 올해 국내 증시가 크게 올라 이미 목표했던 수익을 거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익을 빨리 확정지으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이달 말 대형주를 중심으로 윈도드레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부터 외국인 지분율이 많이 늘어난 대형 우량주들이 윈도드레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건설은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2월 말 25.57%에서 이달 24일엔 49.62%로 24%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대한항공 대림산업 현대건설 OCI 삼성엔지니어링 미래에셋증권 기아차 현대차 등도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