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여유자금 금리하락에 MMF로 'U턴'
은행 연기금 등 법인 자금이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재유입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시중금리의 상승세가 주춤한 데다 연말 자금수요에 대비해 자금을 단기로 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추석 연휴 전 15조원대에서 지금은 12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가 수급 불안에 허덕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19일 82조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9조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은 27조8000억원으로 1조원 정도 줄인 반면 법인이 54조200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늘렸다. 이에 따라 법인 MMF 자금은 추석 연휴 전인 9월25일(54조5000억원) 이후 2개월 만에 최대로 불어났다.

운용사별로는 하이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9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은SG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등도 각각 5000억원 이상을 끌어들였다.

지난달 금리 상승 부담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자금이 이달 들어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의 낙관적 경기 전망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 연 4.30%로 올랐지만 지난달 26일의 고점(4.62%)보다는 여전히 0.3%포인트 이상 낮다.

MMF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편입 채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금리가 오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자금을 미리 인출하는 경향이 있다.

NH-CA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달 들어 시중 금리가 하향 안정된 가운데 우리 회사 MMF에만 9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와 전체 MMF 운용자산은 6조원을 넘어섰다"며 "새로 유입된 자금은 농협을 포함한 은행권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콜금리보다 나은 MMF에 일시적으로 맡겨 두고 있는 것"이라며 "연말 이전에는 빠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 주식에 투자하던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도 관망세가 뚜렷하다는 전언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년도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신규 자금 집행이 늦춰지고 있다"며 "내년 초 상황을 보고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성과가 좋은 펀드를 중심으로 '수익률 굳히기'에 이미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9월24일 15조240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이달 20일엔 11조7876억원으로 3조45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3조4410억원으로 연중 최저였던 지난 11일(3조2497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 부장은 "국내 수급은 고갈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나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