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
非10대그룹은 유보율 낮아져…자금조달 영향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와 투자장려에도 대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난 9월 말 현재 유보율은 사상 처음으로 1천%를 넘어선 1천13.88%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83.82%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10대 그룹 계열사 중 작년과 비교를 할 수 있는 65개사가 분석대상이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영업활동 혹은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적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된다.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4조7천8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0.03%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잉여금은 251조2천990억원으로 9.04%가 늘었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놓으면서 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 493개사는 유보율이 550.51%로 1년 전보다 17.64%포인트나 낮아졌다.

자본금은 29조7천270억원으로 4.65% 늘어난 데 비해 잉여금은 163조6천485억원으로 1.4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순익이 줄어드는 등 경영난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적극 나선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룹별로는 포스코가 6천73.34%로 가장 높았고 현대중공업(2천147.92%), 삼성( 1천819.99%), SK(1천738.39%) 등 순이었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04년 말 600%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들어서는 700%대, 2008년 말에는 900%대에 올라섰으며 올해 3월 말에는 950%대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상황에는 대기업 유보율 상승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탄탄하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유보율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외면하는 것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