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음식료 등 내수 소비주들이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주가 주춤하는 사이 '틈새주'로 주목받아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수출주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아 내수 소비주들의 매력이 한동안 돋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수출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내수주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하면 내수주에 증시 주도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증시가 1600선을 넘어 상승흐름을 타려면 환율 하락세 안정과 미국 소비 회복세로 수출주가 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절상 수혜 기대도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 CJ제일제당 오리온 호텔신라 아모레퍼시픽 등이 일제히 52주 신고가에 올랐다. 롯데쇼핑은 한때 35만3000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줄여 1.18% 오른 34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기관이 지난달 26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백화점 경기 호조세가 예상된다며 롯데쇼핑 목표주가를 38만6000원에서 40만7000원으로 높였다.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은 사흘째 상승흐름을 이어가면서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4분기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 주가 강세의 배경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본사 기준)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5억원에 달한다.

위안화 절상 기대로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어서 중국사업 비중이 높은 이들 종목의 수혜가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이제 제대로 된 소비가 시작될 때"라며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은 중국 내수 성장의 수혜를 크게 누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설주 가운데 대림산업GS건설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대신증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리스크가 급감하면서 주택부문에서 현금 회수가 가능해지고,이것이 차입금 감소와 신규사업 진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두 종목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수출주 살아나야 박스권 탈피

내수주들의 선전에도 코스피지수는 6.49포인트(0.41%) 내린 1585.98에 장을 마쳤다. 10월 미국 소매판매 호조로 다우 나스닥 S&P500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장중 16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원화 강세 부담으로 수출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하이닉스가 각각 5.37%와 6.60% 빠졌고 현대차도 2%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환율은 달러당 1154원10전에 마감해 전 고점인 지난달 29일(1196원)에 비해 42원 가까이 빠졌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자 수출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미국 소비지표 개선 효과가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변수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내수 살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내수주가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내수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수출주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박스권 장세를 탈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오는 25일 나오는 미국의 10월 개인 소비지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확인되고 환율 하락세가 진정되면 수출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는 "4분기 평균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환율 하락세만 어느정도 진정되면 수출주에 저가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조진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