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증시 상장(기업공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16일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이번 주 중 증권회사들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주간사는 12월 초 선정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계 15위 생보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124조4144억원에 달하고 이건희 전 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및 특수관계인이 45.7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진행 중인 채권 환수 소송과 관련,삼성 측이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채무를 갚으려고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1999년 6월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에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돈을 받기가 어려워지자 채권단은 삼성차 채권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총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며 이 전 회장과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이 최근 법원의 조정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해결 조짐을 보이자 삼성은 상장을 통한 주식 매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내부적으로 주당 80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가격인 주당 70만원으로 환산하면 시가총액은 14조원에 달한다. 이날 상장 계획이 발표되자 장외가격은 66만2500원으로 지난 주말보다 12만2500원(22.68%) 뛰었다.

생보사 상장은 차익의 일부를 보험 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문제가 부각돼 미뤄져 오다 2007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개정으로 차익 배분 없이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양생명이 지난 10월 처음으로 상장했고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