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주가가 증시에서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건설의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6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금호산업이 전날보다 1000원(9.71%) 오른 1만13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금호타이어(4.79%) 금호석유(3.91%) 아시아나항공(0.96%) 등이 상승세다. 대우건설도 7%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전에는 기존 우선협상후보군(쇼트 리스트) 4곳 이외에 유럽계 업체 1~2곳도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가격도 대우건설의 현 주가(13일 종가 1만2900원)보다 크게 높은 2만원대 초반을 대부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가격이 주당 2만원을 넘을 경우 풋백옵션 문제가 해소돼 그룹의 구조조정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시 올 12월 15일 이후 대우건설 주가가 3만2513원에 못미칠 경우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되사주는 풋백옵션(인수자가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계약을 맺었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주당 2만2000원에 매각될 경우 금호그룹이 FI에 보존해줘야 하는 금액은 유상감자와 배당액을 뺀 8000억~9000억원선"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이는 당초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던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금호그룹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각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의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면서 "대우건설의 매각 가격이 2만원 초반으로 정해질 경우 증자 규모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기존 자산을 매각해 조달한 자금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증자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더구나 지금 증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주당 2만원 이상 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시간만 끌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상황인데 선뜻 좋은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만2000원 이상에서 대우건설의 주당 매각가가 정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