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만 들여다보게 생겼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 회복이 막판 증시 스퍼트의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10시18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4포인트(0.24%) 떨어진 1568.15를 기록 중이다.

눈에 띄는 수급 주체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이날도 6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를 앞세운 기관의 매도 공세가 지수에 부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만한 특별한 호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국내 증시는 기술적 지지 가능성과 밸류에이션 메리트, 긍정적으로 작용 가능한 금통위와 옵션만기일 등으로 주초 강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밸류에이션 메리트만 남게 돼 시장의 반등 시도가 힘에 부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등 실마리는 나라 밖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그 중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미국의 소비 회복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의 방향성은 해외 모멘텀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초 미국의 소매판매의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 회복은 미국 경기 회복의 강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며, 국내 기업의 대미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회복시킬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소비 회복을 전제하지 않은 미국 경기의 개선은 우리 증시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며 "우리 증시는 미국의 생산보다는 소비 회복을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깝게는 16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10월 소매판매지수에 관심이 모이고 있고, 멀게는 미국의 연말 소비시즌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불안감도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11월 로이터·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보다 떨어진 66으로 전망치인 71.8에 크게 못 미쳤다.

연말 소비시즌을 앞두고 과거 미국의 소비심리가 연말에 가까울수록 상승한 경우가 많아 특히 실망스러운 발표였다.

하지만 최성락 S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의 예상 밖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선방했기 때문에 연말 미국 소비는 못해도 본전, 잘하면 깜짝 강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변동성이 큰데다 향후 6개월을 전망하기 때문에 소매판매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준호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1993년 이후 미국 소매판매의 월별 등락률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9월이 가장 부진하고 10월이 가장 양호했다"며 "지난 9월이 크게 부진했던 만큼 이번에도 그와 같은 월별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10월 미국의 소매판매지수는 전년대비 0.9% 상승, 지난달 1.5% 하락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2월이 다가오면서 관심이 높아질 미국의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국의 소매판매에서 12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를 제외하면 10%가 넘기 때문이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수감사절에서 연말까지 진행되는 이 기간 동안의 소비가 좋으면 연말 산타랠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온다면 연말장세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