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 기업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거센 파고를 안전하게 헤처나갈 투자업종과 종목 선택방법이 한 증권사 보고서를 통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12일 내년 기업환경을 변동성 확대와 완만한 경기회복 속도, 비용부담 증가로 압축하고 '확실하거나 늘어나는' 기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금융 위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의 양적완화 정책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출구전략은 나라마다 형편과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다른 속도와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그 영향을 판단하기에 분주해질 수밖에 없고 경제 지표에
는 기저 효과, 정책 효과, 양극화 현상이 섞여 있어 지표 해석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높
일 것이란 얘기다.

경기 회복의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한국의 소매 판매 동향에 빠르면 회복이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자동차 판매분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2.2% 수준이었다는 것.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속도가 완만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0년에는 올해보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한적이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회비용 상승 부담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보다는 좀 더 정교한 잣대를 이용해 업종과 종목 선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생변수에 둔감한 업종을 선택하라"…은행, 인터넷 포탈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생변수의 변화에 둔감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달러 환율을 놓고 봤을 때, 상승이냐 하락이냐의 방향성을 점치면서 대응하기 보다는 아예 원·달러 환율
변화에 둔감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 여기에 이익의 가시성(earnings visibility)이 높으면 더욱 긍정
적이다.

환율 변화 및 유가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업종으로 은행, 인터넷 포탈, 보험, 제지, 백화점, 의복, 자동차
부품 등을 제시했다.

◆ "이머징 시장을 공략하라"…플랜트, 건설, 유통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시점에서는 '이머징 시장'을 공략하는 업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은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플랜트 건설 부문.

중동권은 2010년 전망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4.2%, GDP대비 투자 비중이 24.4%로, 이머징 아시아 지역 다음으로 투자 부문 성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권역이라는 것. 이 지역의 플랜트 발주액은 2009년 대비 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 중 한국 업체의 비중이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나의 대안은 이머징 시장 특히 중국 시장 진출에 공격적인 유통업을 들 수 있다. 유통업은 인플레 헷지가 된다는 점에서 2010년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고정비 부담이 적은 기업 골라라"…중간재가 대안

내년에는 원재료 재고 소진율이 높아 원가 전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경험상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원재료율은 1.02%포인트 상승한다는 것. 현재 원자재 지수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는 2010년의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15~20%에 달하는 만큼 기업의 원가부담은 1.53~2.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장기업의 영업마진율이 8% 수준이므로 이 중 2%포인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고, 비용 부담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정비 조율이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변동비 증가는 기업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의 비용 관
리는 고정비에서 결정될 것이고 고정비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종재보다는 중간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최종재는 TV, 노트북, 핸셋, 완성차 등을 만드는 업체, 중간재는 이들 업체의 먹이사슬에 연결돼 있는 반도체, 전자부품, 철강,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을 만드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간재 중에서도 이번 위기 이후 해외 신규 매출처가 생긴 경우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가동률 100% 하에서도 추가적으로 양적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매력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철강이나 자동차부품, 반도체 산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