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옵션만기 부담 뚫고 1600육박
증시가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둔 부담을 딛고 나흘째 강세를 이어가 1600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의 눈치 보기가 뚜렷한 가운데 투신권이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를 포함,모처럼 활발하게 '사자'에 나서 막판 반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거래대금이 다시 연중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증시 수급 사정은 여전히 답답한 상태다.

◆코스피 거래대금 연중 최저

코스피지수는 11일 12.52포인트(0.79%) 오른 1594.82로 마감했다. 강보합으로 출발한 지수는 12일 옵션 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락세로 반전해 한때 1574.78까지 밀려났다. 매수 주체가 나서지 않은 가운데 한때 서해에서 보복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미확인 루머까지 돌아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오후 들어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는 급반등했다. 429억원의 비차익 거래를 더해 모두 2378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단숨에 20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외국인은 나흘 만에 주식을 525억원어치 팔았지만 선물은 2724억원을 순매수해 옵션만기일에 그리 부담을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도차익 잔액이 크게 늘면서 선물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옵션 만기를 앞두고 미리 포지션 청산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선제적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장 중 3000억원가량을 일시에 매도했다 되사들이면서 선물시장 변동성이 커져 프로그램 매수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오늘 유입된 매수 물량이 만기를 틈타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비차익 거래가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에서 옵션 만기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거나 다소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 경기 진단에 관심

그렇지만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경계심을 늦추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수가 올랐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3조2497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거래대금은 작년 12월29일(2조6146억원)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지난 3일 이후 3조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는 해외 증시 강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가도 뒷심 부족으로 밀려나는 '전강후약'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는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수가 오를 때마다 나오는 차익 실현 매물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경기 판단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금리는 이번에도 동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와의 차별화 요인이 되고 있어 경기 회복 속도가 지속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뒤늦게 반등하기 시작한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내년 1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경기선행지수는 연내 고점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를 따라 올라갈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될 때까지는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본부장은 "펀드 환매는 주춤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아직 주식을 주도적으로 사기엔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기관들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와 내년 기업이익 전망치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질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