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되는 고수익 · 고위험 펀드에 개인 큰손들이 몰리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은 은행 프라이빗뱅킹(PB) 등을 통해 사모펀드 형태로 가입하거나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해외 펀드에서 자금을 빼 이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고수익 · 고위험 펀드는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투기등급 회사채에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로,투자 수익이 종합과세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상인 큰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펀드가 수익을 냈을 경우 수익금의 5.5%(소득세와 주민세)만 내면 돼 내년부터 해외 펀드 투자자가 내야 하는 세금(수익의 15.4%)보다도 적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 연말까지 가입해야만 이 같은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어 최근 들어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게 펀드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리과세되는 고수익·고위험펀드에 큰손 몰려
◆거액 자산가 절세 위해'막차타기' 활발

10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고수익 · 고위험 펀드의 설정 잔액은 현재 5842억원으로 작년 말(2770억원)의 2배를 넘는다.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에는 증시 상승으로 주식형펀드나 직접투자에 가려 지난 6월 말 3294억원에 그쳤지만 8월 말 4000억원을 넘어섰고 다시 두 달 뒤인 지난달엔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고수익 · 고위험 펀드의 세제 혜택을 올해 말로 종료한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됐다.

특히 거액 자산가들이 올 연말까지 가입해야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사모펀드에 잇달아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에만 사모 방식으로 13개의 고수익 · 고위험 펀드를 만든 아이투신운용 관계자는 "하나은행 PB들을 통해 모인 자금이 많아 최근엔 1주일에 거의 3건 정도의 펀드를 새로 설정하고 있다"며 "펀드당 50억원 정도를 적정 규모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막차를 타려는 거액 자산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설정된 고수익 · 고위험 펀드는 22개로 6월(13개)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들은 모두 사모펀드였다.

기존에 나온 공모펀드에도 자금이 솔솔 들어오는 분위기다. '하나UBS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1'펀드는 하반기 들어 월 평균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된 덕분에 덩치가 8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으며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D1-1'도 매달 자금 유입으로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이상 투자해야 혜택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이 많은 투자자는 올 연말까지 자산의 일부를 고수익 · 고위험 펀드에 반드시 가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펀드가 올린 수익은 금융소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자산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가입한 사람만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은 연말까지 남은 기간동안 자산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려 세금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수익 · 고위험 펀드에 투자할 때 세제 혜택이 가능한 한도는 펀드별 최대 1억원씩으로 제한돼 있지만 전체 투자 한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여러 펀드에 1억원씩을 넣어도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정은 대우증권 세무사는 "펀드 이름에 '고수익 · 고위험'이나 '분리과세' 등이 들어 있는 펀드는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펀드"라며 "혼합형펀드들도 회사채 이외의 주식 투자분까지 모두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혼합형펀드에 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올 들어 17.48%의 수익률로 고수익 · 고위험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30-1'펀드를 비롯해 10% 이상을 내고 있는 펀드는 모두 채권혼합형이다.

김 세무사는 "다만 최소 투자 기간을 1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세제 혜택 기간이 최대 3년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투자 대상이 투기등급 회사채인 만큼 어느 정도 위험성은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